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7000만년 전 원시적인 토끼와 닮아…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려요
입력 : 2024.07.17 03:30
아마미검은토끼
- ▲ 여느 토끼들과 달리 귀가 작은 아마미검은토끼. /히라카와 동물원
아마미검은토끼는 가고시마에서 남쪽으로 각각 400㎞, 500㎞쯤 떨어진 아마미오섬과 도쿠노섬의 숲에서 살고 있어요. 세계에서 오직 이 두 섬에서만 볼 수 있는 진귀한 동물이지요. 아마미검은토끼는 다 자라면 몸길이가 43~47㎝ 정도 됩니다. 여느 토끼들과 크기는 비슷한데 눈과 귀는 상대적으로 작고 발톱은 크답니다. 머리뼈나 이빨 등 형태도 보통 토끼들과 달라요. 오랜 옛날에 살았던 원시적인 토끼를 아주 빼닮았대요. 그래서 '살아있는 화석'이라고도 불리지요.
토끼의 조상은 약 7000만년 전에 나타났어요. 주변 환경에 맞춰 적응하면서 기다란 귀에 튼튼한 뒷발을 가진 지금의 토끼가 됐죠. 이 과정에서 원시적인 토끼들은 생존경쟁에서 점차 밀려나 자취를 감췄어요. 하지만 지형이 험난하거나 고립된 일부 지역에서는 옛날과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원시적인 토끼들이 있어요. 아마미검은토끼는 300만년 전에는 동아시아 곳곳에 살았대요. 하지만 아마미오섬과 도쿠노섬이 육지에서 떨어져 나오면서, 고립된 섬 안에서 독자적인 생태계가 만들어졌고, 크게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답니다.
이런 생태적 가치 때문에 일본 정부는 1921년에 아마미검은토끼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했어요. 1984년에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남편 필립공이 세계자연기금 대표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하면서 아마미검은토끼의 서식 실태를 살피기 위해 아마미오섬까지 가서 화제가 됐죠.
아마미검은토끼 암컷은 번식철이 되면 다른 토끼들보다 더 바빠진답니다. 아마미검은토끼는 숲속 비탈진 언덕에 굴을 파고 생활을 하는데요. 출산을 앞두고서는 육아용 굴을 따로 만들어요. 그리고 이곳에서 새끼를 낳고 밤이 되면 와서 젖을 물리죠. 새끼를 떠날 때면 굴 입구를 흙으로 막아서 뱀 등 천적이 침입하지 못하게 하죠. 새끼가 숨을 쉴 수 있도록 숨구멍은 뚫어놓아요. 아마미검은토끼는 한배에 새끼를 여러 마리 낳는 다른 토끼들과 달리 한두 마리씩만 낳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이처럼 별도 공간을 만드는 것으로 추측돼요.
아마미검은토끼는 일본의 대표적 토종 야생동물로 사랑받고 있지만 생존 위협에도 직면해 있어요. 사람들이 키우다 버린 개나 고양이에게 잡아먹히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어요. 더 무서운 천적은 몽구스예요.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몽구스가 왜 여기에 사는지 궁금하죠? 40여 년 전 독사 퇴치용으로 풀어놓았던 몽구스가 완전하게 야생에 정착하면서 아마미검은토끼를 비롯한 초식동물들을 닥치는 대로 사냥하고 있거든요.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에 치여 죽는 로드킬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