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바다에서 충분한 식수 확보하기 위해 미국 해군이 발명했대요

입력 : 2024.07.16 03:30

정수기

정수기에서 물이 나오고 있는 모습. /코웨이
정수기에서 물이 나오고 있는 모습. /코웨이
요즘에 집집마다 정수기를 설치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가정에 설치하기 부담스럽지 않은 소형 정수기가 많아진 덕분이라고 해요. 기술 발달로 정수기 기능도 다양해지고 있어요. 최근 무더위 속에 얼음 나오는 정수기가 많이 팔린다고 합니다.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게 해주는 정수기는 언제부터 사용했을까요?

선사시대부터 인류는 자연에 존재하는 샘물이나 강물 등을 마셨어요. 하지만 이는 위험하기도 했어요. 겉으론 깨끗해 보여도 박테리아 등 미생물이 있어서 자연 상태 물을 그대로 마셨다가 탈이 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인류는 물을 안전하게 마실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죠. 그러다 물을 끓이거나 한 번 걸러내면 비교적 안전하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기원전 2000년쯤 고대 인도 문헌에는 물을 끓이면 불순물이 제거된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해요. '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는 물을 끓이고 여과해 마시는 걸 권장했다고 해요. 사람들은 물에 술이나 식초를 타서 마시기도 했습니다. 로마 병사들이 오염된 물을 마시고 배탈 나는 걸 막기 위해 물에 식초를 섞은 음료를 지급했다는 얘기도 전해져요.

18세기 산업혁명으로 인류는 깨끗한 물을 확보하기 더욱 어려워졌어요. 공장 폐수로 강이 오염되는 문제도 심각했죠. 사람들은 물에서 각종 오염 물질을 분리하고 제거할 수 있는 분리막을 개발했어요. 분리막은 식물을 활용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정수기가 발명된 건 1940년대예요. 당시 일본과 태평양전쟁 중이던 미국 해군이 바다 한가운데에서 충분한 식수를 확보하기 위해 고안한 게 정수기라고 합니다. 바닷물에서 염분을 제거해 담수로 바꾸는 기계를 만든 것이죠. 이후 미군은 다양한 전쟁 현장에서 정수기를 사용했는데요. 우리나라에는 1950년 발발한 6·25전쟁 때 미군의 정수기가 알려졌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정수기는 1960년대 후반 상품화됐어요.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건 1980년대예요. 이후 1991년 3월 낙동강으로 페놀이 유출되는 사고 등이 발생하면서 수돗물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게 됐고, 그때부터 정수기가 대중화됐다고 합니다.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