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정신 멍하게 만드는 꿀처럼 단 열매… '멍꿀'서 이름 변한 걸로 추정

입력 : 2024.07.15 03:30

멀꿀

멀꿀에 꽃이 핀 모습(왼쪽). 오른쪽 사진은 멀꿀 열매예요. /국립생물자원관
멀꿀에 꽃이 핀 모습(왼쪽). 오른쪽 사진은 멀꿀 열매예요. /국립생물자원관
멀꿀은 추위를 견디는 능력이 약해요. 그래서 일본이나 중국 남쪽 지방의 난대(열대와 온대의 중간 지대) 지역에 많이 분포해 있어요. 우리나라에선 전북의 방축도, 전남의 나로도·가거도·거문도나 대흑산도, 제주도 등에서 자란답니다. 최근엔 충남 태안의 가의도에도 멀꿀이 자라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북쪽에 자라는 멀꿀 자생지가 발견된 것이라 식물 지리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멀꿀은 높이 15m 안팎으로 자라요. 심은 지 약 5~10년이면 높이 8~12m까지 크는 등 꽤 빨리 자라는 나무랍니다. 나무 껍질은 짙은 갈색으로, 오래되어도 잘 벗겨지지 않아요. 타원형 또는 달걀 모양의 잎은 윤기가 나며, 길이는 6~10㎝, 너비는 2~4㎝ 정도입니다. 꽃은 4~6월에 피며 대체로 흰색이지만, 꽃 안쪽은 홍자색 또는 갈색을 띠고 있어요.

멀꿀의 열매는 10~11월에 자줏빛으로 익으며, 꿀 같은 액으로 차 있는 등 수분이 많지요. 멀꿀 열매는 귤이나 사과, 홍시만큼 달다고 합니다. 멀꿀이라는 이름은 열매가 꿀처럼 너무 달아 정신이 멍해질 정도라고 해서 '멍꿀'이라 부르던 것이 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요. 그만큼 맛있는 멀꿀의 열매는 일본 등에서 디저트용으로 인기가 있다고 해요.

멀꿀은 병해충의 피해가 거의 없어서 키우기 쉬워요. 또 씨앗을 심는 것뿐만 아니라 꺾꽂이로도 쉽게 번식합니다. 그래서 월동이 가능한 남부 지방 및 서해안에서 생울타리 등의 조경수로 많이 쓰이지요. 멀꿀이 자라기 적합한 기후 조건을 가진 지역에서 정원이나 마당이 있는 집에 살고 있다면 키워볼 만한 나무입니다. 다른 식물이나 구조물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덩굴식물이기에 여러 형태로 심어 즐길 수 있어요.

멀꿀은 전통적으로 관상용으로 많이 키워 왔습니다. 하지만 한방에서는 멀꿀의 줄기와 뿌리를 소변을 잘 못 보는 증상에 쓰기도 했다고 합니다. 또 진통 완화·진정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지요. 또 다른 연구들에 따르면 멀꿀은 관절염과 술로 손상된 간 보호 등에 효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그 활용이 더욱 늘어날 것 같습니다.
김용식 전 천리포수목원 원장·영남대 조경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