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이유없는 통증에 침대 밖 못 벗어나도 즐거움을 찾는 일 포기하지 않았죠

입력 : 2024.07.15 03:30
[재밌다, 이 책!] 이유없는 통증에 침대 밖 못 벗어나도 즐거움을 찾는 일 포기하지 않았죠
천장의 무늬

이다울 지음|출판사 웨일북|가격 1만4000원

눈에 보이지 않는 만성적인 통증을 겪는 저자가 고통 속에서 희망과 위로를 찾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에요. 저자는 이 통증과 함께하는 삶을 기록했어요. 통증이 저자의 감정과 연애 관계, 노동, 학업, 취미 생활 등 일상에 어떻게 개입하고 있는지 말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는 통증을 가진 이들에겐 함부로 그 통증에 대해 말하지 못해요.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통증을 가진 이들에겐 "그래도 견뎌보라"거나 "요즘 다들 그렇다"며 별일 아닌 것으로 치부합니다. 이런 사회에선 아픔을 드러내고 말하는 일이 엄살이나 나약함으로 인식되곤 해요.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통증과 고통에 대해 말하는 것은 결코 엄살이 아니며, 오히려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저자는 어릴 적 활발하고 용감한 소녀였어요. 훌라후프 대회에서 당당하게 1등을 차지하고, 씨름판에서 자신보다 두 배나 몸집이 큰 상대를 넘기기도 했지요.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통증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양치를 할 때 턱이 벌어지지 않았어요. 이불을 털다가, 신발을 신다가, 병뚜껑을 열다가 온몸에 쥐가 나는 이상한 통증이 저자를 괴롭혔어요. 걸을 수도, 앉아 있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저자는 온갖 병원을 다니며 병명을 찾으려 했지만, 아무도 이 고통을 명확히 진단할 수 없었습니다.

자신의 아픔을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은 저자에게 또 다른 고통으로 다가왔어요. 그때부터 저자는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불안과 공포를 마주하며 글로 풀어낸 것이죠. '천장의 무늬'라는 이 책의 제목에는 저자가 통증으로 인해 누워 지낸 시간과 그때 느낀 불안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가만히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고 있으면 이러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는 건 아닌지, 아무것도 못한 채 삶을 탕진하는 건 아닌지 하는 불안과 걱정이 찾아왔다고 해요. 하지만 저자는 우울과 비관에 빠지기보다 통증과 함께하며 자신만의 삶의 방식으로 한 걸음씩 나아갑니다.

"매일 많은 양의 콘텐츠를 게걸스레 감상하다 보니 어느새 그 농담들을 따라잡고 있었다. 뭐가 됐든 체력이 바닥나도 침대에 누워 웃을 수 있고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좋았다. 하지만 나는 침대에 누워 이런 생각을 한다. 더 많은 즐거움을 누릴 수는 없을까? 침대 위에서의 낭독회나 파티, 배달이 가능한 전시는 불가능한 것일까?" 이처럼 저자는 통증과 불안 속에서도 작은 즐거움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과 고민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아픈 일상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그것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신체·정서적으로 다양한 변화를 겪는 청소년 시기는 자신의 부족한 점들로 인해 불안과 공포를 느끼기 쉬운 때인데요. 이 책을 통해 저자처럼 불안을 마주하고, 불안 속에서도 희망을 찾으며 성장해가는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김미향 출판평론가·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