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이름·서식지부터 역사 이야기까지… 책 펼치면 피어나는 '풀꽃의 모든 것'
입력 : 2024.07.11 03:30
풀꽃, 어디까지 알고 있니?
풀과 꽃과 나무를 사랑하는 식물 동호인 사이에서 '혁이삼촌'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저자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풀꽃들을 소개하는 책이에요. 풀꽃 사진과 함께 이름, 학명, 서식지, 자라는 시기, 생김새 등 식물 특성을 잘 정리하고 있어 마치 식물도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외에도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현상부터 식물과 관련한 문화·역사 이야기, 저자의 개인적 경험과 감상까지 함께 들려주니 이 책은 과학 에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통해 식물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구성한 거예요.
저자는 식물을 연구하고 기록한 것을 바탕으로 강의하고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야생화 사진가이자 식물 칼럼니스트, 국립수목원 현장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어요. 물리학과 국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어떤 계기를 통해 풀꽃의 세계에 매료된 걸까요?
대학 시절 안도현 시인의 '시 쓰기와 시 읽기' 수업을 들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네요. "나 서른다섯 될 때까지 / 애기똥풀 모르고 살았지요 / 해마다 어김없이 봄날 돌아올 때마다 / 그들은 내 얼굴 쳐다보았을 텐데요 // 코딱지 같은 어여쁜 꽃 / 다닥다닥 달고 있는 애기똥풀 / 얼마나 서운했을까요. (생략)" 안도현 시인의 작품 '애기똥풀'이에요. 시를 읽다 보면 어떤 꽃인지 자연스레 궁금해집니다. 우리가 알아볼 수 있다면, 길을 걷다가 그 꽃을 만날 때 아름답고 문학적인 생각들을 떠올릴 수 있을 테니 말이죠. 시를 배우다가 풀꽃에 반했다는 저자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저자도 처음엔 애기똥풀과 괭이밥을 구별하지 못했다고 해요. 둘 다 노란색 꽃에 모양도 크기도 비슷한 바람에 매번 잎을 잘라 확인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점점 더 연구하면서 꽃잎이 네 장이면 애기똥풀, 다섯 장이면 괭이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네요. 잎 모양으로도 쉽게 구별할 수 있었어요. 애기똥풀 잎은 깃 모양으로 갈라지고 괭이밥은 하트 모양이거든요.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니, 간단하게 구별할 수 있었던 것이죠. 그걸 몰라 만날 때마다 잎을 자른 것이 미안했다고 합니다. 책에는 애기똥풀과 괭이밥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사진과 함께 자세한 구별법이 정리돼 있어요.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풀꽃에게 미안할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책은 풀꽃과 다른 동·식물의 공생 관계를 자세히 다루고 있어요. 또 교과서 속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풀꽃과 여기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해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쓰임새를 가진 풀꽃들의 이야기도 흥미로워요. 깊게 들여다본 사람만이 들려줄 수 있는 풀꽃 이야기로 가득 채워진 재미있는 과학책입니다. 이 책을 들고 숲으로 바다로 여행간다면 이번 여름 방학은 훨씬 풍성하고 흥미진진해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