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철학·인문학 이야기] "반대가 없을 땐 의사 결정 하지 말라" 경영학을 학문으로 키운 대가의 조언
입력 : 2024.07.09 03:30
피터 드러커 '자기경영노트'
피터 드러커 지음|장영철 옮김|출판사 한국경제신문사|가격 1만9000원
피터 드러커 지음|장영철 옮김|출판사 한국경제신문사|가격 1만9000원
미국의 남북전쟁 시기, 링컨 대통령은 율리시스 그랜트 장군을 사령관으로 임명했어요. 그랜트는 적잖이 문제가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링컨은 개의치 않았어요. 그는 작전과 전투에 뛰어난 장수였으니까요. 링컨의 선택은 전쟁 승리로 이어졌습니다. "약점이 없다는 것만으로는 그에게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결과는 그가 지닌 뛰어난 장점에서 비롯된다." 피터 드러커의 말인데요, 그랜트 장군의 사례는 이 주장에 꼭 맞는 사례입니다.
피터 드러커는 상업 교육 수준이던 경영학을 학문으로 키워낸 학자입니다. 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기업의 규모는 날로 커졌어요. 이에 따라 많아진 직원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에 대한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졌습니다. 모든 면에서 뛰어난 인재는 거의 없어요. 누구에게나 부족한 부분은 있기 마련입니다. 좋은 조직은 직원들의 장점만을 차곡차곡 모아 성과를 이루어 냅니다. 이렇게 조직을 꾸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피터 드러커는 분명하게 답을 줍니다. 무엇보다 성과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해요. 하수구 파는 일을 두 사람이 이틀에 끝냈다면, 네 명이 할 때는 얼마나 걸릴까요? 피터 드러커는 '나흘이 걸리거나 언제 끝날지 모른다'라며 농담처럼 답을 합니다. 함께 하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의사소통에 필요한 시간도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조직에서 불거지는 소소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신경 쓰다 보면, 정작 회사가 무엇을 이루어야 하는지는 관심에서 밀려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피터 드러커는 진짜로 가치 있는 업무에 집중하라고 강조합니다. 과거에 불거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매달리기보다, 미래에 맞춰 계획을 짜야 한다는 거예요.
당연해 보이는 말이지만 쉽지 않은 일입니다. 단순 노동을 할 때는 무엇을 해야 할지가 분명합니다. 한 시간 동안 몇 개 이상의 물건을 어떻게 만들면 된다는 식으로요. 하지만 '지금보다 더 좋은 제품을 더 나은 방식으로 만든다'라는 목표를 이루려면 어찌해야 할까요? '더 좋은 제품'이 무엇인지, '더 나은 방식'이 무엇인지부터 따지고 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피터 드러커는 우리에게 '지식 작업자(knowledge worker)'가 되라고 충고합니다. 스스로 무엇이 좋고 더 나은 방식인지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죠. 또 나아가 사람들과 서로 생각을 나누며 제대로 된 목표를 찾고 힘을 합쳐 일하는 능력도 갖추어야 합니다. 피터 드러커는 '반대가 없을 때는 의사 결정을 하지 말라'고 조언하기도 해요. 지식 작업자는 나와 다른 생각을 기꺼이 들으며 더 나은 방안을 찾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죠.
이를 위해서는 자신만의 장점을 꾸준히 개발하고 좋은 인격을 갖추려는 수양이 필요하겠지요. 이 점에서 피터 드러커의 주장은 부단히 노력해 실력을 쌓고 좋은 인격을 갖추라는 공자의 가르침과도 맥이 통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