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비녀처럼 길쭉한 순백의 꽃… '토지'엔 '옥잠화 같은' 여인 나오죠
입력 : 2024.07.08 03:30
옥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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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잠화에 꽃이 핀 모습(위). 아래 사진은 옥잠화와 비슷하게 생긴 비비추예요. /김민철 기자
꽃줄기의 높이는 40~60㎝ 정도입니다. 꽃줄기 끝에 꽃봉오리들이 맺혀 있다가 하나씩 차례로 피어납니다. 옥잠화라는 이름은 길게 나온 꽃 모양이 옥비녀(玉簪·옥잠) 같다고 붙인 것입니다. 특히 꽃 피기 직전 모습이 꼭 비녀처럼 생겼습니다.
옥잠화 꽃은 해가 지는 오후에 피었다가 아침에 오므라드는 야행성 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보는 것은 시든 모습일 수밖에 없습니다. 어쩌다 밤에 옥잠화 꽃을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아주 싱그러운 모습으로 꽃이 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밤에 피는 꽃답게 향기도 매우 좋습니다.
대하소설 '토지'에 옥잠화가 인상적으로 나오는 것을 보면 박경리 작가도 이 꽃을 눈여겨본 모양입니다. 소설 후반부(4~5부)에서 서희, 유인실, 양현 등을 이어주는 임명희라는 인물이 나오는데, 작가가 빼어난 미인으로 묘사하는 등 애정을 갖고 쓴 여성 인물 중 하나입니다. 한여름 임명희 집 뒤뜰엔 꽤 여러 포기 옥잠화가 무리 지어 피어 솔솔 좋은 향기를 풍깁니다. 작가는 이 대목에서 "옛날의 임명희가 저 옥잠화 같았지"라는 대화를 넣어 임명희에게 옥잠화 같은 순백의 이미지와 좋은 향기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옥잠화와 비슷하게 생긴 꽃으로 비비추가 있습니다. 옥잠화는 순백의 꽃이지만 비비추 꽃은 연보라색입니다. 비비추는 또 작은 나팔처럼 생긴 연보라색 꽃송이가 꽃대에 줄줄이 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옥잠화는 원예종이지만, 비비추는 원래 산이나 강가에서 자라는 자생종 식물입니다. 그런데 요즘엔 화단 등에서 흔히 볼 수 있으니 원예종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야생화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옥잠화·비비추가 피기 시작했으니 올여름 내내 아름다운 꽃과 향기를 뽐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