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47세' 최장수 탐사선… 지구 문명 소개한 레코드도 실었죠

입력 : 2024.07.02 03:30

보이저 1호

/그래픽=진봉기
/그래픽=진봉기
지난달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반가운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동안 고장 난 줄 알았던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가 다시 깨어났다는 것이었죠. 보이저 1호는 작년 11월 탑재된 컴퓨터 1대가 고장 나면서 제대로 데이터를 전송하지 못했고, 사실상 임무가 끝났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하지만 과학자들이 끈질기게 '원격 수리'를 한 덕에 다시 정상적으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게 됐다고 해요. 보이저 1호는 무엇이고, 어떻게 원격 수리가 가능했는지 알아볼까요?

다시 살아난 보이저 1호

보이저 1호는 태양계를 벗어나 먼 우주를 항해하고 있는 탐사선입니다. 보이저 1호는 탐사선 중 가장 멀리 나아갔어요.

원래 NASA는 목성과 토성을 탐사할 목적으로 1977년 9월 5일 보이저 1호를 발사했어요. 보이저 1호는 1979년 목성, 1980년 토성 탐사에 성공했는데, 임무를 완수한 후에도 끝없이 나아갔죠. 그렇게 47년 동안 '최장수 탐사선'으로 활동하면서 우주에서 귀중한 정보를 지구로 보내주고 있답니다.

탐사선도 TV나 냉장고처럼 기계인 만큼 고장이 날 수 있어요. 1972년 발사된 '파이어니어 10호'와 1973년 발사된 '파이어니어 11호'에도 문제가 생겼어요. 파이어니어 10호는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이 집중 분포하는 '소행성대'를 처음으로 탐사하고 목성을 관찰했어요. 11호는 목성 탐사에 더해 토성과 토성의 고리를 처음으로 탐사했죠. 그런데 당시 인류는 태양계 행성에 대한 자료가 부족해서 탐사선이 어떤 환경에 노출될지 잘 몰랐습니다. 그래서 목성이 내뿜는 강력한 방사선에 배터리와 일부 기기가 고장 났죠. 특히 11호는 탑재했던 자력계가 고장 나 목성의 자기장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려웠다고 해요. 지구에서 워낙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장비를 교체하거나 수리하지도 못했대요.

보이저 1호는 파이어니어 때 얻은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탐사선입니다. 그럼에도 역시 기계인 만큼 크고 작은 고장이 있었습니다. 파이어니어 계획을 토대로 대비를 했는데도 목성과 토성을 지날 때 방사선의 영향을 받아 센서가 고장 나거나 통신 장애를 겪었죠. 하지만 그럴 때마다 고비를 넘겼어요. 비결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한 원격 수리입니다. 탐사선에는 관측 장비들뿐 아니라 복잡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가 있습니다. 컴퓨터에 설치된 여러 소프트웨어가 장비를 조종해 자료를 수집한 뒤, 통신 기능을 이용해 지구로 자료를 보내주죠. NASA는 기술적인 문제가 생기면 전파를 쏴서 원격으로 조치를 취했어요.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전송하거나, 문제 있는 코드를 수정한 거예요. 고장 난 기기에는 더 이상 전력을 쓰지 않도록 차단하기도 합니다.

작년 11월 보이저 1호에 생긴 문제도 이렇게 해결했다고 해요. 컴퓨터 1대에서 메모리를 저장하는 반도체 하나가 작동하지 않았죠. 이 장치는 관측 데이터를 지구로 전송하기 전 정리하는 기능을 하는데,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서 보이저 1호는 의미 없는 신호만 지구로 보냈다고 해요. 이에 NASA는 문제가 생긴 메모리를 다른 부분에 옮겨 원격 복구에 나섰고 문제를 해결했어요.

앞에서 얘기했듯이 보이저 1호는 원래 태양계 행성을 탐사하는 목적으로 발사됐어요. 1979년 목성 근접 통과를 시작으로 보이저 1호는 다양한 자료를 지구로 전송했습니다. 목성과 토성의 대기 구성이나 기후, 자기장 등 정보를 수집해 우리가 사는 태양계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게 해줬죠. 보이저 1호의 예상 임무 기간은 4년 정도였지만, 과학자들은 보이저 1호가 예정된 탐사를 끝낸 이후에도 계속해서 탐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나 봐요. 보이저 1호에 4년간 필요한 양보다 훨씬 많은 연료를 채워 넣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죠.

창백한 푸른 점

NASA는 보이저 1호가 최초 임무였던 태양계 탐사를 끝내자 태양계 밖 우주로 나가는 '인터스텔라' 임무를 하도록 했어요. 보이저 1호는 1990년 태양계 끝을 향해 가다가 명왕성 인근에서 카메라로 지구의 모습을 담았어요. 사진 속 지구는 희미한 점처럼 아주 작았죠. 이 유명한 사진은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1934~1996)의 제안으로 촬영했어요. 칼 세이건은 이 사진을 통해 지구는 광활한 우주에 떠 있는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었다고 해요. 우주에서 지구는 너무나 작은 존재이니 인간의 오만함을 반성해야 한다는 충고였죠. 그는 자신의 책에서 사진 속 지구를 '창백한 푸른 점'이라고 표현했죠. 이 표현은 그의 책 제목이기도 합니다.

지구 문명 담은 '골든 레코드'

보이저 1호 발사 계획에 참여했던 칼 세이건은 탐사선에 '골든 레코드'를 탑재했어요. 골든 레코드에는 55개 언어로 된 인사말과 지구 환경, 인류 문명을 담은 사진 110여 장, 지구를 대표하는 음악 27곡 등을 담았어요. 탐사선이 먼 우주로 나가 외계 문명을 만났을 때 그들에게 지구 문명을 알려주는 자료를 넣은 거예요.

이후 보이저 1호는 2012년 8월 25일부터 태양계를 벗어나 성간(별과 별 사이) 우주를 탐사하며 자료들을 지구로 보내고 있어요. 과학자들은 보이저 1호의 남은 수명이 길어야 6년 남짓일 것으로 보고 있어요. 그때까지 보이저 1호는 우주를 탐사하며 우리들에게 우주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계속 보내줄 거예요.

보이저 1호는 수명이 다해 지구에 정보를 보내주지 못하더라도 계속해서 우주를 떠돌아다닐 거예요. 그러다 언젠가 정말로 외계 문명을 만나 '골든 레코드'에 담긴 지구 정보를 전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가희 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김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