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왜 누구는 가난하고 누구는 부자일까? 경제적 불평등, 신석기 시대에 시작됐죠

입력 : 2024.07.01 03:30
[재밌다, 이 책!] 왜 누구는 가난하고 누구는 부자일까? 경제적 불평등, 신석기 시대에 시작됐죠
딸에게 들려주는 경제 이야기

야니스 바루파키스 지음|정재윤 옮김|임승수 해제|출판사 롤러코스터|가격 1만6800원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지는 경제 원리와 구조를 쉽게 알려주는 책이에요. 그리스 재무장관이었던 저자가 딸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경제의 핵심 개념을 쉽게 풀어내요.

저자는 자본주의의 탄생과 역사적 배경, 경제와 정치의 밀접한 관계, 부채의 중요성, 노동 시장의 형성과 인플레이션(화폐 가치가 하락해 물가가 상승하는 경제 현상), 불평등의 원인 등을 이야기해요. 이런 내용을 고대 신화, 역사, 소설, 할리우드 영화 등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통해 설명하며 독자의 이해를 돕죠.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 신화를 통해 경제의 기본 개념을 설명하거나,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현대 경제 문제를 풀어내는 식이에요.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를 알고 있나요? 오이디푸스는 테베 왕 라이오스의 아들이에요. 라이오스는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할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오이디푸스가 태어나자마자 산속에 버립니다. 성인이 된 오이디푸스는 라이오스가 친아버지인 줄 모르고 그를 죽이고 친어머니와 결혼합니다. 라이오스가 오이디푸스를 버리지 않았다면 아들이 친부모를 몰라보는 일은 없었을 텐데 말이에요.

저자는 오이디푸스 신화를 통해 노동 시장과 화폐 시장을 설명합니다. 경제적 위기 때는 라이오스가 들은 예언처럼 '앞으로 위기가 지속될 거고 경제 활동은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죠. 이런 전망을 들은 사람들은 앞으로 경제 상황이 나빠질 것에 대비해 생산이나 투자를 줄입니다. 결국 고용과 대출이 줄어들고 예측대로 경제 활동은 침체를 겪게 됩니다. 라이오스가 예언이 실현되는 걸 피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 결국 예언을 실현되게 만든 것처럼요.

저자는 이런 질문을 던져요. '왜 어떤 아이들은 구멍 난 신발을 신고, 어떤 아이들은 명품 신발을 신게 되는 걸까?' 이 질문은 경제적 불평등을 지적하는 거예요. 저자가 현대 경제에서 특히 주목하는 현상은 '불평등'이에요. 저자는 불평등은 기원전 7000년 전 농경이 발전하면서 시작됐다고 설명합니다. 수렵과 채취를 통해 자급자족 생활을 하던 인류가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잉여 생산물이 생겨났어요. 모두가 배불리 먹고도 남는 음식이 생긴 거죠. 힘이 센 사람들은 자기보다 힘이 약한 사람들로부터 잉여물을 빼앗아 부를 축적했고, 여기서부터 불평등이 시작됐어요.

이 책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주제는 경제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는 거예요. 책을 읽으면서 불평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세요. '왜 어떤 사람들은 부유하고, 어떤 사람들은 가난한가?' '왜 어떤 나라는 발전하고, 어떤 나라는 그렇지 못한가?'…. 이런 질문에 스스로 답해 보세요.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출발점이 될 거예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