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생활 속 경제] 어디서든 쉽게 화폐로 바꿀 수 있어… 세상이 불안할수록 찾는 곳 많아 가격 올라요

입력 : 2024.06.20 03:30

금과 안전 자산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 진열된 금. /남강호 기자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 진열된 금. /남강호 기자
Q. 손주 돌 선물을 사러 금은방에 갔다가 깜짝 놀랐어요. 순금 한 돈으로 만든 돌 반지 가격이 40만원을 훌쩍 넘더라고요. 금값 때문에 그렇다고 하는데, 왜 갑자기 금 가격이 오른 건가요?

A. 금은 인류 역사 속 모든 문명에서 사랑받았습니다. 태양처럼 빛나고 변색도 잘 되지 않아, 고귀한 장소를 꾸미거나 값비싼 장신구를 만드는 재료로 많이 쓰였어요. 우리나라에서는 금을 특별한 날을 기념하는 상징으로 여깁니다. 첫돌을 맞은 아이에게 순금 한 돈으로 만든 돌 반지를 주고, 직장에서는 정년 퇴임이나 장기 근속 등을 축하하며 황금 열쇠를 선물하는 문화가 있죠.

금 가격은 올해 들어 가파르게 상승했어요. 6월 국제 금 가격은 트로이온스(약 31.1g)당 2300달러대에서 움직이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선 지난 3월 말부터 한 돈(3.75g)짜리 금을 사려면 40만원 이상 줘야 해요. 선물로 주고받기 부담스러운 가격이 된 거예요. 그래서 요즘 돌잔치에 가면 돌 반지 대신 현금 봉투를 주고받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왜 이렇게 금 가격이 오른 걸까요? 여러 요인이 금 가격을 움직이지만, 안전 자산을 사려는 수요가 늘어난 점을 먼저 꼽을 수 있어요. 특히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최근 금을 사들이고 있는 큰손이라고 해요. 안전 자산은 경제 위기로 금융 시장이 흔들리거나 전쟁 등의 위험이 닥쳐도 가치가 흔들리지 않는 자산을 뜻하는데요. 금은 미국의 달러화·국채와 함께 대표적인 안전 자산으로 꼽힙니다. 이런 안전 자산은 세상이 불안할수록 찾는 곳이 많아지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금은 가장 믿을 만한 안전 자산으로 평가받아요. 금은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쉽게 현지 화폐로 교환할 수 있습니다. 또 매장량이 정해져 있어 특정 세력이 시장 공급량을 쉽게 흔들 수 없어요. 미국이 마음먹으면 공급량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미국 달러화나 국채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겁니다.

요즘 국제 정세는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워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이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에 전쟁 그림자가 드리웠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대표적 안전 자산인 금을 넉넉히 보유해 예상치 못한 위험에 대비하려는 수요가 늘었어요. 금 공급은 한정돼 있는데 사려는 수요가 늘었으니 금 가격도 자연히 올라갔습니다.

그러다 보니 요즘 주변에서 금 투자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금값이 더 오를 거라고 생각하고 금을 사려는 거지요. 다만 다른 자산과 마찬가지로 금을 사고팔 때도 신중하게 결정을 내려야 해요. 여러 이유로 수요가 줄어들면, 금 가격도 단기적으로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안전 자산이라는 말을 원금 손실을 보지 않는 자산이라는 뜻으로 오해하지 마세요.

연유진 '뉴스로 키우는 경제 지능'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