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눈으로 관찰하기 어려운 과학 현상들… 압도적인 이미지로 보여줘 흥미 돋워
입력 : 2024.06.20 03:30
과학의 눈
잭 챌로너 지음|변정현 옮김|출판사 초사흘달|가격 3만5000원
잭 챌로너 지음|변정현 옮김|출판사 초사흘달|가격 3만5000원
이 책은 우주처럼 너무 크거나 세포나 원자처럼 너무 작아서 인간이 눈으로는 보기 어려운 세계, 혹은 애당초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어떤 이론적 현상 등에 대해 온갖 과학 지식으로 복잡하게 설명하는 대신 한 장의 이미지로 바꾸어 눈으로 볼 수 있게 만들었어요. 압도적이라고 할 만큼 책 속의 모든 이미지는 아름다워요.
과학자들은 언어를 사용해 동시대와 후대에 과학적 성과를 공유하고 전달했어요. 하지만 과학에 기초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언어만을 가지고 과학을 이해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워요. 예를 들어볼까요. 이 책에는 '태양권 덮개의 자기 거품 시뮬레이션'을 다루는 페이지가 있어요. 일단 제목에서부터 막히네요. 대체 '태양권 덮개'는 뭐고, '자기 거품'이란 또 무엇일까요? 인터넷 검색을 하면 이런 문장이 나와요. "태양권 덮개는 태양계 가장 바깥에서 태양계를 감싸고 있는 영역이다." 어떤 개념인지 조금 이해가 되는 듯도 하지만 여전히 어렵네요. 제목을 이루고 있는 다음 단어들을 한번 보죠. '자기 거품'은 무엇이고, 이것을 '시뮬레이션'하는 의도는 무엇일까요? 역시 과학의 길은 멀고도 험난한데요. 여기서 더 알아내는 것을 포기해야만 할까요? 다행스럽게도 책을 펼치면 모든 페이지에서 글보다 그림이 먼저 우리의 눈을 사로잡아요.
태양권 덮개의 자기 거품을 설명하고 있는 부분을 펼치면 검고 붉은 소용돌이들이 책 양면을 가득 채우고 있어요. 보고 있으면 '지옥의 풍경' 또는 '악마의 눈'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뜨겁고 역동적인 이미지가 압도적이에요. 누구라도 이런 것을 보고 나면 "뭔지 몰라도, 너무 궁금하다"고 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이 인상적인 이미지 위에는 이 현상이 어떤 과학적 원리로 만들어지는 것인지를 설명하는 짧은 문장이 적혀 있어요. 최신 우주 과학 연구에 따르면 태양의 자기장은 자전의 영향으로 나선형으로 회전하며 퍼져나가는데, 태양의 북극과 남극에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해 두 개의 나선 모양을 이룬다고 해요. 이 자기장의 두 반쪽이 만나는 곳(태양의 적도 위)에서는 자기장이 나선형의 잔물결을 이루며 퍼져나간대요. 그리고 태양계 끝의 경계 지역인 태양권 덮개(헬리오시스)에 이르면 이 잔물결이 심우주에서 나오는 성간풍(에너지 가득한 하전 입자)과 만나면서 속도가 느려지고 뭉쳐진다고 저자는 설명해요.
이 이미지는 실제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시뮬레이션해서 나온 것을 시각화한 것이에요. 과학 현상을 이처럼 시각화된 그림 없이 책에 적힌 설명으로만 이해해야 했다면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을 거예요. 글로 적힌 과학 설명은 어렵지만, 이 책은 멋진 이미지들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과학 현상에 흥미를 느끼게 하고, 더 알고 싶은 지적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매력이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