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철학·인문학 이야기] "사람을 언제나 목적으로 대하라" 칸트는 '도덕 법칙' 따르라 주장했죠

입력 : 2024.06.18 03:30

이마누엘 칸트 '도덕 형이상학을 위한 기초 놓기'

이마누엘 칸트 초상화. /위키피디아
이마누엘 칸트 초상화. /위키피디아
과학이 크게 발전하던 서양의 18세기, 신이 인간을 특별하게 만들었기에 가장 소중하다는 믿음은 근거를 잃어갔습니다. 한편으로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며 자유로워야 한다는 요구가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었어요. 인간이 존귀하다는 근거가 흐릿해지는데도, 다른 한쪽에서는 모든 사람의 인권은 소중하다는 주장이 호응을 얻고 있던 셈입니다. 이렇게 앞뒤가 안 맞는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까요?

이마누엘 칸트(1724~1804)의 '도덕 형이상학을 위한 기초 놓기'는 이 물음에 대한 해결책이 되는 책입니다. 칸트에 따르면 세상은 현상계와 예지계로 나뉘어 있어요. 현상계는 물리 법칙이 통하는 자연 세계입니다. 여기는 우리 인간의 지성이 원인과 결과를 따져 모든 일을 밝힐 수 있어요. 반면 예지계는 우리의 지성으로는 알기 어려운 곳이에요. 신·영혼·자유 등은 예지계에 속한 문제이지요. 인간은 현상계에 있으면서도, 예지계에도 속합니다. 그래서 자연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며 호르몬 등으로 감정의 기복을 겪지요. 또한 인간은 '자유'에 따라 이 모두를 이겨내고 자신이 뜻한 바대로 올곧게 행동하기도 합니다.

인간은 현상계에선 자연 법칙을 따라요. 예지계에선 어떤 원리를 따를까요? 칸트는 사람은 예지계에서 '도덕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고 말합니다. 도덕 법칙은 '법칙'이기에 모든 인간에게 적용돼야 해요. 어떤 때는 통하고, 어느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면 법칙이 아니니까요. 이처럼 도덕 법칙은 모든 이에게 통해야 하기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 명령', 정언명령(定言命令)이라 부릅니다. 그는 이를 몇 가지로 나눠 설명합니다.

첫 번째 정언명령은 "네가 하려는 바가 보편적인 자연 법칙으로 여겨질 정도가 되게 하라"입니다. 칸트는 갚을 능력이 없는데도, 거짓말로 돈을 빌리는 상황을 예로 들어요. 이런 행동이 '법칙'이 될 만할까요? 남들도 똑같이 거짓말로 돈을 빌린다고 생각해보세요. 사회가 엉망이 될 겁니다. 그러니 무엇을 하려 할 때마다 내 행동이 누가, 어디서 해도 올바른지를 따져보아야 한다는 것이죠.

두 번째는 "모든 사람을 수단으로만이 아니라 언제나 목적으로 대하라"입니다. 과학기술이건, 문화 활동이건 결국 '인간'이 모든 일의 최종 목적이어야 합니다. 게다가 모든 인간은 자유를 갖고 있어요. 모두가 상대의 자유를 소중히 여기며 도덕을 따른다면, 세상은 모든 이들이 무언가의 수단이 아닌 그 자체로 목적으로 존중받는 '목적의 왕국'이 될 수 있습니다.

내용이 조금 어렵죠? 인간이 왜 존엄한지, 자유와 평등이 우리에게 왜 당연한지를 밝히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아요. 칸트는 이를 정교한 논변으로 해낸 위대한 철학자입니다. '도덕 형이상학을 위한 기초 놓기'에는 이런 칸트 사상의 고갱이가 담겨 있으니, 꼼꼼히 공들여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