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여름의 시작 알리는 화사한 꽃… 서울 주변 산에서 쉽게 만날 수 있어요
입력 : 2024.06.10 03:30
털중나리
- ▲ 털중나리에 꽃이 핀 모습. /김민철 기자
산에서 만나는 털중나리는 정말 예쁩니다. 노란빛이 도는 붉은색 꽃잎, 꽃잎 6장이 뒤로 확 말린 모습, 꽃잎 안쪽 듬성듬성한 자주색 반점까지 개성이 넘치지요. 특히 아래 한두 개는 피고 위쪽은 아직 몽우리로 남아 있을 때가 가장 멋집니다. 강렬한 색감과 자신감 넘치는 자태가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습니다.
털중나리는 전국 산에 비교적 흔한 꽃입니다. 굳이 찾으려 숲속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산길을 가다 보면 길 가장자리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북한산, 관악산, 청계산, 남한산성 등 서울 주변 산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꽃입니다. 꽃 이름은 줄기와 잎에 미세한 털이 많다고 해서 붙은 것입니다. 그냥 보면 어디에 털이 있나 싶지만 사진을 찍어 확대해 보면 잔털이 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냥 '나리'라는 식물은 없기에, 나리는 나리 종류를 총칭하는 이름입니다. 참나무가 어느 한 나무를 지칭하지 않고 상수리나무, 신갈나무 등 참나무 종류를 아울러 일컫는 이름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나리 종류는 나리 앞에 참나리, 땅나리 등과 같이 접두사가 붙어 있습니다. 나리 이름에 붙는 규칙을 알면 나리를 만났을 때 이름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먼저 꽃이 피는 방향에 따라 접두사가 붙는데, 하늘나리는 꽃이 하늘을 향해 피고, 중나리는 거의 옆을 향해, 땅나리는 땅을 향해 피는 꽃입니다. 여기에 '말'이 들어가면 줄기 아래쪽에 돌려나는 잎(돌려나기·윤생)이 여러 장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하늘말나리는 꽃이 하늘을 향해 피고, 돌려나는 잎들이 있는 나리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주변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대표적 나리는 참나리입니다. 산이나 바닷가에서도 볼 수 있고 도심 화단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참나리는 나리 중에서 가장 크고 화려하다고 '참'이라는 접두사가 붙었습니다. 참나리는 나리 중에서 유일하게 잎 밑부분에 까만 구슬(주아)이 주렁주렁 붙어 있어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홍자색 꽃이 피는 아름다운 솔나리도 있는데 잎이 솔잎처럼 가늘다고 붙은 이름입니다.
6월 초 털중나리를 시작으로 하늘나리가 피고, 다음으로 말나리·하늘말나리·중나리가 핍니다. 이어서 땅나리·참나리가 피고, 솔나리가 가장 늦은 8월까지 핍니다. 이처럼 나리마다 꽃이 피는 시기와 개성이 조금씩 다릅니다. 올해도 털중나리를 시작으로 나리들이 한여름의 화려한 꽃 잔치를 벌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