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고대 로마에선 마을 중앙에 설치해 주민들에게 식수 공급했대요

입력 : 2024.06.04 03:30

분수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트레비 분수. 도시의 사람들에게 식수 등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지던 분수는 수도와 건축 기술이 발달하면서 장식 목적으로 많이 쓰이게 됐어요. /위키피디아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트레비 분수. 도시의 사람들에게 식수 등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지던 분수는 수도와 건축 기술이 발달하면서 장식 목적으로 많이 쓰이게 됐어요. /위키피디아
6월인데 벌써 한낮에는 날이 덥습니다. 여름이 가까워졌다는 사실이 실감 나는 요즘인데요. 주말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분수 앞에 앉아 더위를 식히거나, 어린이들이 공원이나 광장 분수에서 물놀이하는 모습도 종종 보입니다. 이처럼 분수는 사람들이 쉬거나 놀 때 많이 찾는 시설이에요. 하지만 분수가 과거에 설치된 목적은 달랐다고 해요. 분수는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을까요?

분수가 처음 설치된 목적은 도시의 사람들에게 식수 등을 제공하기 위해서였어요. 그래서 고대에 만들어진 분수들은 물을 위로 뿜어내기보다 중력에 따라 자연스레 물이 흐르도록 하는 형태가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이런 형태의 분수들은 현재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지역에 분수터로 남아 보존되고 있어요. 고대 그리스에서는 돌이나 대리석으로 만든 분수에서 물이 흐르도록 했는데, 일부는 대기압 등을 이용해 물을 분출하도록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고대 국가들 중 분수로 가장 유명한 곳은 역시 로마입니다. 고대 로마 제국은 산에 있는 샘물이나 계곡물을 도시 곳곳으로 보내기 위해 수로를 만들었어요. 이 수로를 통해 흘러온 물은 마을 중앙에 있는 분수대로 보내졌어요. 마을 사람들이 물을 쉽게 떠서 갈 수 있도록 말이죠.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화산재에 묻힌 고대 로마의 도시 폼페이에는 부유층 집 안에도 분수가 있었다고 해요. 이를 통해 부유층은 집의 정원에 설치된 분수대에서, 서민들은 마을 가운데의 분수대에서 물을 공급받았던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어요.

로마 제국이 망하고 중세로 넘어가면서 제국이 건설한 수로들은 파괴되거나 방치됐어요. 그러면서 분수에서도 더 이상 물이 흘러나오지 못하게 됐습니다. 이 시기 분수들은 주로 성당 등 종교 시설에 건설됐어요. 장식 기능과 함께 종교 행사에 사용됐다고 해요. 물이 가진 정화의 이미지 때문에 물로 손이나 몸을 씻거나, 이마에 물을 끼얹거나 하는 종교 의식들에 분수가 필요했던 것이죠.

이후 14세기 르네상스 시대에 접어들면서 고대 그리스와 로마 문헌이 다시 연구됐고 로마 제국이 남긴 수로들이 조금씩 복원되기 시작했어요. 분수도 함께 재건됐죠. 또한 16~17세기 이뤄졌던 종교 개혁이 분수 제작에 영향을 미친 부분도 있다고 해요. 개신교 확산을 막기 위해 성당 인근에 광장과 분수를 만들어 사람들의 이목을 끌려고 한 것이죠. 이후 수도와 건축 기술이 발달하자 분수는 식수를 공급하는 역할은 하지 않고 장식 목적으로 많이 쓰이게 됐답니다.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