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작가의 매력 콕 짚어 주는 독서 일기… 책 읽는 일 얼마나 즐거운지 알려줘

입력 : 2024.05.23 03:30
[재밌다, 이 책!] 작가의 매력 콕 짚어 주는 독서 일기… 책 읽는 일 얼마나 즐거운지 알려줘
읽는 기쁨

편성준 지음|출판사 몽스북
가격 1만7800원

이 책은 편성준 작가의 독서 일기예요. 오랫동안 광고 카피라이터로 일한 덕분일까요. 그의 문장은 독자를 사로잡는 특별한 매력이 있어요. 무엇보다 저자는 평범한 독자들이 작가에게 흥미를 느낄 만한 부분을 기막히게 짚어내고, 이를 글로 풀어내 알려줍니다. 문학적 기법이 어떻고, 이야기의 전개가 어떤지 등을 설명하기보다 독자가 이 책을 읽고 싶도록 책과 작가에 대해 알려주는 거죠.

김혼비 작가를 소개하는 부분에서 저자의 이런 장점이 잘 드러나요. '다정소감'이라는 책에서 김혼비 작가의 유머 감각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설명해요. 그리고 김혼비 작가 특유의 문체를 그대로 흉내 내며 책 읽은 소감을 표현합니다. "이불 속에서 누워서 먹을수록 건강해지는 불량식품을 혼자 먹는 기분"이라고 말이에요. 김혼비 작가를 아는 독자라면 분명 이 문장을 읽으며 큰 웃음을 터뜨릴 거예요. 김혼비를 몰랐던 독자라면 얼른 그의 책을 찾아 읽고 싶을 테고요. 저자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아무것도 아닌 일로도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라고 했는데 작고 하찮은 것에서도 늘 새로운 깨달음을 건져 올리는 김혼비야말로 거기에 딱 맞는 작가가 아닐 수 없다"라고 말하기도 해요.

좋은 책은 또 다른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하지요. 저자가 유이월 작가의 소설집 '찬란한 타인들'을 읽고 소개하는 대목이 바로 그렇습니다. "한 편씩 짤막하게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마치 이디스 워튼이나 길리언 플린의 글처럼 나른하면서도 얄미운 반전을 숨기고 있어 사랑스럽다." 순식간에 세 작가를 독자가 견딜 수 없을 만큼 궁금하게 만드네요. 저자의 독서 일기는 이렇게 책의 핵심을 파고들어 갑니다. 그리고 책이 가진 매력을 향해 달려가서 그것을 단숨에 움켜쥐고 독자들 앞에 툭툭 던져 놓아요. 그래서인지 그가 책에 관해 해주는 설명은 지루하지 않아요.

저자는 '찬란한 타인들'에 실린 '물귀신 매트릭스'를 읽고 새벽부터 허무하게 웃겼다는 감상평을 남겨요. 어떤 내용이길래 새벽부터 허무하게 웃겼는지 궁금해지지 않나요? 이처럼 저자는 책에 관한 짧은 설명과 표현으로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저자는 자신의 독서 편력과 지적 수준을 늘어놓고 자랑하지 않아요. 복잡하고 어려운 이론들을 동원해 작품을 분석하지도 않고요. 대신 훌륭한 작가와 멋진 책, 여기에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연결하기 위해서만 애쓰죠.

저자는 밤새워 책 읽는 재미, 책에 몰입한 사람만이 아는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서 자신의 독서 일기를 공개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이 책은 독서가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우리의 일상에 얼마나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것인지를 깨닫게 합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