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화려한 무늬는 천적들에게 보내는 경고… 몸속에 독 품고 있어요

입력 : 2024.05.22 03:30

무당벌레

무당벌레가 나뭇잎에 앉아 있어요. /국립생물자원관
무당벌레가 나뭇잎에 앉아 있어요. /국립생물자원관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곳곳에서 다양한 체험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전북 완주군에 있는 국립농업과학원에서는 곤충생태원을 개방했는데요, 이곳에서 예쁜 무당벌레들을 볼 수 있어요. 작고 동글동글한 생김새에 화사한 무늬를 갖고 있는 무당벌레는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곤충이죠.

무당벌레라는 이름은 굿을 할 때 여러 가지 색깔의 옷을 입는 무당처럼 화려한 색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해요. 영어로는 '레이디버그(ladybug)' 혹은 '레이디 비틀(lady beetle)'인데요. 여기서 말하는 '레이디'는 일반적인 여성이 아니라 예수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를 뜻한다고 합니다. 오래전 유럽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간 기독교인들은 먹고살기 위해서 농작물을 재배했는데 해충인 진딧물 때문에 골치가 아팠대요. 그런데 무당벌레들이 진딧물을 먹어 치워 없애는 걸 보고 너무나 고마웠고, 이 벌레들을 성모 마리아가 보내주신 신성한 존재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우리말 이름이나 영어 이름이나 종교와 연관이 있다는 점이 재미있죠?

무당벌레는 전 세계적으로 5000여 종류가 있고, 우리나라에는 90여 종류가 살고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무당벌레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무늬는 사실은 천적들에게 경고하는 거라고 합니다. "내 몸속에는 독이 있으니 날 공격하면 안 될 거야"라는 거죠. 실제로 무당벌레의 몸속에는 '코치넬린'이라는 독 성분이 있어요. 쓴맛을 내기 때문에 무당벌레를 잡아먹으려던 상당수 동물들이 삼켰다가 뱉어낸대요.

무당벌레는 다른 곤충들처럼 알·애벌레·번데기 시절을 거쳐 어른으로 자라요. 무당벌레 애벌레는 길쭉한 몸에 우중충한 색깔을 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험상궂고 무섭게 생겼답니다.

곤충 중에는 애벌레에서 어른이 된 뒤 식성이 완전히 바뀌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무당벌레는 한결같이 깍지벌레와 진딧물 등과 같은 작은 곤충을 잡아 먹어요. 무당벌레 애벌레는 하루에 약 50마리의 진딧물을 먹으면서 자란대요. 어른 무당벌레도 식욕이 왕성해 하루에 진딧물 수백 마리를 먹는 경우도 있대요. 그래서 무당벌레는 '진딧물의 천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어요. 농작물을 시름시름 죽게 만드는 진딧물을 퇴치하는 '천연 살충제'로 사랑받고 있답니다.

그런데 무당벌레는 워낙 공격성과 먹성이 두드러져 먼저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가 아직 안 깨어난 다른 알을 먹어 치우기도 한대요. 작지만 무서운 사냥꾼이에요. 무당벌레 수명은 두 달 정도에 불과하지만, 추운 겨울을 지내고 이듬해까지 살아가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겨울에는 여러 마리가 낙엽이나 나무껍질에 함께 모여서 산다고 합니다.
정지섭 기자 도움말=김태우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