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 이야기] 열등감에 휩싸여 파멸로 치닫는 이야기… 셰익스피어의 탁월한 심리 묘사 돋보여

입력 : 2024.05.21 03:30

오셀로

오셀로 초판 표지. /위키피디아
오셀로 초판 표지. /위키피디아
"이건 이유가 있단다, 이유가 있단다 내 영혼아, 저 순결한 별들에게 밝히진 않겠지만 이건 이유가 있단다. (중간 생략) 그래도 그녀는 죽어야 해, 안 그러면 더 많은 남자를 배신할 테니까."

오셀로는 '햄릿' '리어왕' '맥베스'와 함께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의 4대 비극 중 하나로 잘 알려진 작품이에요. 원제는 '베네치아의 무어인, 오셀로의 비극'인데요. 셰익스피어가 죽은 지 400년이 지난 지금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연극과 오페라로 공연되고 있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셀로 이야기를 판소리로 풀어낸 공연이 만들어지기도 했어요.

오셀로는 베네치아 정부가 고용한 무어인(아랍계 이슬람교도) 장군이에요. 용병 출신으로 장군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지요. 베네치아 원로원 의원의 딸 데스데모나와 결혼까지 하면서 남부러울 것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셀로는 시시때때로 인종차별을 겪으면서 자신의 출신에 대해 적잖은 열등감이 있었어요. 그것을 간파한 오셀로의 부하 이야고가 흉계를 꾸며요. 이야고는 자신을 부관으로 승진시켜 주지 않은 오셀로를 함정에 빠뜨리고 싶어 했기 때문이죠. 이야고의 계획은 치밀했어요. 그는 데스데모나의 시녀이면서 자신의 아내인 에밀리아에게 얻은 정보를 통해 선량하고 정숙한 데스데모나가 부정한 일을 저질렀다는 소문을 퍼뜨립니다.

질투심에 눈이 먼 오셀로는 데스데모나를 의심하기 시작했어요. 오셀로는 갈수록 커져가는 의심으로 결국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하고 말았어요. 이야고와 달리 선량했던 에밀리아는 뒤늦게 남편의 흉계를 알아채고 오셀로에게 사실을 말하지만 오셀로는 듣지 않아요. 때마침 나타난 이야고의 손에 에밀리아마저 목숨을 잃게 됩니다. 에밀리아는 데스데모나가 부정한 일을 하지 않았다면서 헛소문을 믿고 살인까지 한 오셀로의 어리석음을 한탄하며 숨을 거둬요. 그제야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오셀로는 죄책감과 치욕에 몸을 떨어요. 아무 죄도 없이 죽임을 당한 데스데모나에게 입맞춤을 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합니다.

높은 자리에 올랐지만 출신 때문에 열등감에 휩싸였던 오셀로가 악인 이야고 때문에 파멸로 치닫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 심리 묘사에 뛰어난 셰익스피어 작품의 진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오셀로의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질투, 배신, 의심, 후회는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갖게 되는 감정이지요. 수백 년 전 무대에 올랐던 이야기가 현대인들에게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셰익스피어가 "한 시대가 아닌 모든 시대를 위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 게 아닐까요.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