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세계 최대 '티라노 화석', 발굴까지 20년 가까이 걸렸어요

입력 : 2024.05.14 03:30

스코티

/그래픽=유재일
/그래픽=유재일
국립과천과학관은 오는 8월 25일까지 새로운 공룡 화석을 전시합니다. 티라노사우루스의 화석으로 '스코티(Scotty)'라고 불려요. 올해는 '공룡 화석'이 학계에 공식적으로 발표된 지 20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이를 기념하기 위해 특별 전시를 개최한 거예요. 오늘은 스코티 화석에 담긴 이야기를 살펴볼게요.

강력한 육식 공룡, 티라노사우루스

지구상에서 가장 강했던 공룡은 티라노사우루스일 거예요. 백악기 후기에 살았던 대표적인 육식 공룡이죠. 티라노사우루스는 '폭군 도마뱀'이라는 뜻이에요. 포악한 성격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해요. 날카로운 이빨과 거대한 턱만 봐도 먹잇감을 사냥할 때 얼마나 맹렬했을지 상상이 됩니다.

스코티는 지금까지 발견된 티라노사우루스 화석 중 가장 커요. 몸길이는 13m, 높이는 4.5m나 되지요. 이전까지 가장 큰 티라노사우루스였던 '수(Sue)'는 몸길이가 12m에 달했는데, 이 기록을 누르고 세계 최대 티라노사우루스라는 명예를 갖게 된 거예요. 하지만 스코티가 처음 발견된 순간에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어요. 스코티 화석이 너무 커서 전체를 다 발굴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거든요.

스코티는 1991년 캐나다 서스캐처원주에서 처음 발견됐어요. '스코티'라는 별명은 발굴팀이 스코티를 발견한 기념으로 마신 '스카치위스키(Scotch whisky)'에서 따왔대요. 스코티 화석은 발견된 지 3년 후인 1994년부터 본격적으로 발굴이 시작됐고, 완료까지 20년 가까이 걸렸어요. 스코티 화석 자체의 크기가 커서 오래 걸린 것도 있지만, 스코티가 묻혀 있던 지층이 사암이었던 탓도 있어요. 사암은 모래가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퇴적암으로, 매우 단단해요. 따라서 화석을 발굴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해요.

발굴된 스코티 뼈 화석은 전체 골격의 65% 정도였어요. 스코티 뼈 중에서 완전한 형태가 화석으로 남아 있는 것은 머리, 엉덩이, 늑골과 다리뼈 등이에요. 나머지는 대부분 조각난 상태였어요. 연구진은 뼈들을 한데 모아 위치를 맞추고, 이를 토대로 스코티 모습과 생활사를 추측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티라노사우루스'라는 사실을 밝혀냈어요.

또 공룡의 뼈에는 나무의 나이테처럼 성장선이 기록돼 있는데요. 스코티 뼈 화석의 성장선을 분석한 결과, 화석으로 묻힐 당시 스코티 나이는 28세가 넘은 것으로 추정됐어요. 연구진은 스코티가 다른 티라노사우루스들보다 오래 산 것이라고 설명했죠.

스코티의 늑골과 꼬리뼈 등에는 부러진 흔적, 부러졌다가 치유된 흔적들이 남아 있어요. 연구진은 다른 티라노사우루스와 싸움을 하다가 다친 것으로 추정했어요. 스코티가 난폭한 생활을 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증거지요.

전시장의 스코티는 복제 화석

전체 골격의 65%만 발굴됐지만 우리는 모든 골격을 갖춘 스코티를 만날 수 있어요. 그 이유는 실제 뼈 화석이 아니라 '레플리카(복제품)'이기 때문이에요. 스코티의 실물 화석은 왕립 서스캐처원 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돼 있어요.

레플리카는 공룡 뼈 화석을 연구할 때나 박물관에 전시할 때 쓰여요. 실제 공룡 뼈 화석은 매우 무겁고 오랜 시간 땅에 묻혀 있었던 만큼 쉽게 깨질 수 있어요. 이 때문에 뼈 화석을 잘 보존하면서 연구나 전시를 하기 위해서 레플리카를 만드는 거예요. 요즘 박물관에 전시되는 공룡 화석 대부분이 레플리카라고 해요. 또 공룡 뼈는 보통 온전하게 화석으로 보존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발굴된 스코티 뼈도 대부분 작은 조각들이기 때문에 그대로 전시하기가 어렵습니다.

레플리카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첫째 단계는 틀을 만드는 거예요. 원본 화석에 실리콘이나 액상 고무 등 유연한 재료를 입히고, 마르면 떼어내요. 그리고 이 위에 석고 같은 단단한 재료를 부은 후 식혀서 틀을 만듭니다. 이렇게 틀이 완성되면, 틀에 플라스틱이나 합성수지 등을 채웠다가 시간이 지난 후 꺼내요. 그러면 원본 화석과 똑같이 생긴 복제품, 레플리카가 완성됩니다. 여기에 색을 칠하거나 조각을 내면 전시용 복제 화석이 되는 거예요.

국립과천과학관에 전시 중인 스코티 레플리카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만들어진 거예요. 스코티 레플리카는 왕립 서스캐처원 박물관이 지정한 전문 업체인 '리서치 캐스팅 인터내셔널'에서만 주문해 제작할 수 있어요. 지난 3월 항공기로 한국에 들어온 스코티 레플리카는 크기가 워낙 커서 운송 등에 2억원가량 들었다고 해요.

남을 속이기 위해 만들어진 위조 화석

복제 화석은 원본 화석을 대신하기 위해 만들어진 거예요. 그런데 남을 속이기 위해 아예 원본이 없는 화석을 거짓으로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이를 '위조 화석(fake fossil)'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과학자들이 위조 화석에 속았던 사건도 있었어요. 1990년대 후반 중국 한 농부가 돈을 벌려고 가짜 공룡 화석을 만들어서 팔았어요. 깃털 달린 육식 공룡의 화석이었죠. 그런데 당시 과학자들도 이게 진짜 화석인 줄 알았고,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에도 실렸답니다. 이 공룡에 '아르카이오랍토르'라는 이름도 붙였죠. 그러나 실제론 아무런 관련이 없는 공룡 화석들을 붙여서 만든 위조 화석인 것으로 드러났어요. 이렇듯 위조 화석은 복제 화석과 엄연히 다른 개념이랍니다.


이윤선 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오주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