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도성 버린 선조, 민심 수습한 광해군… 조선왕조 500년 담은 여덟 가지 이야기

입력 : 2024.04.25 03:30

벌거벗은 한국사: 조선 편

[재밌다, 이 책!] 도성 버린 선조, 민심 수습한 광해군… 조선왕조 500년 담은 여덟 가지 이야기
tvN STORY <벌거벗은 한국사> 지음 | 최태성 감수 | 출판사 프런트페이지 | 가격 1만8800원

광해군이 세자가 된 지 한 달 정도 됐을 때 일입니다. 조선 14대 임금 선조가 아들 광해군에게 청천벽력 같은 말을 합니다. 임진왜란으로 나라가 위급한 상황이니 조정을 둘로 나누어 통치하자는 거예요. 조선 조정을 둘로 나눈다니, 대체 선조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요? 선조는 신하들까지 불러 이렇게 말합니다. "천자의 나라에서 죽는 것은 괜찮지만 왜적의 손에 죽을 수는 없다." 조선을 침공한 왜적의 손에 죽을 수는 없으니 조선을 떠나 천자의 나라 명나라로 망명하겠다는 것이었어요. 자신은 안전한 명나라로 가서 몸을 피할 테니, 아들 광해군은 조선에 남아 전란에 휩싸인 나라를 책임지라는 뜻이었던 거죠.

광해군은 전쟁으로 혼란에 빠진 조선을 수습하기 위해 길을 떠납니다. 도망쳤거나 왜군에 의해 죽어 공석이 된 고을의 수령들을 새로 임명했죠. 또 지방 관리들이 올린 보고서들도 처리했어요. 광해군의 이런 활약 덕분에 전쟁으로 마비됐던 조선의 행정은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어요. 백성들 사이에서 광해군의 인기가 엄청 높았다고 해요. '피난행록'이라는 당시 문헌에는 "동궁(세자 광해군)께서 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인심이 기뻐하며 마치 다시 살아난 것 같았습니다"라고 적혀 있어요. 선조가 도성을 버리고 의주로 피난을 가는 바람에 백성들은 크게 실망했지만, 광해군 덕분에 민심이 수습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선조는 한양으로 돌아와요. 광해군은 그동안의 공로를 인정받아 아버지인 선조에게 큰 신뢰와 사랑을 받아야 마땅했어요. 하지만 놀랍게도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광해군은 전란 속에서 눈부신 활약으로 백성들에게 영웅이 됐지만, 이로 인해 정치적으로 고난을 겪게 됩니다. 15대 임금이 되긴 했지만 폐위를 당하고 유배지에서 비참하게 세상을 떠나야만 했지요. 이 책은 광해군 이야기를 포함해 여덟 가지 이야기로 조선 역사 흐름을 알려줍니다.

식민사관의 영향으로 조선이 형편없는 나라라는 인식도 있어요.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한국사 강사 최태성은 이 책을 추천하며 이렇게 말해요. "우리의 생각처럼 자주 싸우면서, 백성에게 고통을 주기만 했다면 조선이라는 나라가 500여 년을 버틸 수 있었을까요? 중국 왕조만 보아도 조선보다 오래 유지된 왕조는 없습니다. 국가로서 튼튼한 시스템이 작동되었기에 500년이라는 긴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이죠." 조선 시대에 있었던 모든 사건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조선의 역사라는 흥미진진한 세계로 들어가는 여덟 개의 길을 열어주는 책입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