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중세 유럽선 창 밖으로 쓰레기 던져…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쓰레기 종량제 실시

입력 : 2024.04.23 03:30

쓰레기 처리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골목에 종량제 쓰레기봉투들이 버려져 있는 모습. /고운호 기자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골목에 종량제 쓰레기봉투들이 버려져 있는 모습. /고운호 기자
최근 서울시가 한강공원 매점에서 100L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쓰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어요. 100L 봉투가 지나치게 무거워 청소 노동자들이 어깨나 허리를 다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한강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 쓰레기가 늘고 있는데, 여의도 벚꽃 축제 등으로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7일까지 열흘간 약 101톤의 쓰레기가 나왔다고 해요. 현재 한국에서는 가구 등 대형 쓰레기와 재활용품 이외에는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해요. 과거에는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했을까요?

구석기 시대 사람들은 농사를 짓지 않고 채집과 사냥으로 식량을 얻었어요. 여러 동굴 등을 돌아다니며 생활했습니다. 동물 뼈 등 쓰레기도 동굴 바닥에 그대로 버려뒀을 거예요. 신석기 시대부터 인류는 농경과 목축을 하면서 정착 생활을 하게 됐어요. 이때는 쓰레기를 그냥 버리거나 땅에 묻고 동물에게 사료로 줬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후 문명이 발달하면서 인류가 배출하는 쓰레기가 점점 늘어났어요. 중세시대 유럽에선 쓰레기가 너무 많아 도시 환경이 크게 오염됐고, 전염병 위험도 커졌어요. 사람들이 창 밖으로 마구 던지는 쓰레기와 배설물에 맞는 행인도 많았다고 합니다. 중세 왕들은 쓰레기를 아무렇게 버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인류가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돼요. 도시 위생과 전염병 문제 때문에 기존처럼 쓰레기를 그냥 버릴 수 없게 됐어요. 도시 외곽에 쓰레기를 모아두기로 했는데, 사람들이 도시로 계속 몰려 도시가 커지면서 그것도 불가능해졌죠. 이에 사람들은 쓰레기 매립장을 만들어 쓰레기를 처리하기 시작했어요.

쓰레기봉투는 1950년대 캐나다에서 개발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폴리에틸렌 소재의 녹색 쓰레기 봉투였대요. 이후 쓰레기봉투에 쓰레기를 담아 버리는 방식이 널리 퍼졌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과거에 건물 면적이나 재산세 등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부과해 쓰레기를 처리했어요. 그러다 쓰레기가 큰 사회적 문제가 되자 1995년 '쓰레기 종량제'가 실시됐습니다. 규격화된 쓰레기봉투에만 쓰레기를 버리게 한 거예요. 쓰레기봉투를 구매하도록 해서 쓰레기를 덜 배출하도록 유도한 거죠. 처음엔 쓰레기 종량제에 불만인 사람도 많았어요. 불법으로 쓰레기를 소각하는 등 문제도 있었죠. 하지만 30년 가까이 제도가 지속되면서 쓰레기 종량제는 이제 우리 일상에 잘 자리 잡았어요. 봉투 구입 비용을 아끼기 위해 쓰레기 배출을 줄이고 재활용을 하는 등 여러 환경·경제적 효과가 있답니다.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