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클래식 따라잡기] 연주자 상체만큼 큰 악기… 다른 소리 부드럽게 받쳐주죠

입력 : 2024.04.22 03:30

금관악기 중 가장 저음인 '튜바'

오는 2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할 예정인 인천시립교향악단. 맨 뒷줄 가장 오른쪽에 있는 연주자가 튜바를 들고 있어요. /예술의전당
오는 2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할 예정인 인천시립교향악단. 맨 뒷줄 가장 오른쪽에 있는 연주자가 튜바를 들고 있어요. /예술의전당
매년 4월이 되면 서울 예술의전당은 교향악단들이 실력을 뽐내는 경연장이 됩니다. 국내 최대 '교향악축제'가 열리기 때문이죠. 지난 3일부터 28일까지 약 한 달 동안 펼쳐지는 이번 축제에서 각 지역의 교향악단들은 저마다 최선을 다해 준비한 실력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교향악단들은 주로 교향악축제에서 크고 웅장한 소리를 들려줄 수 있는 곡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요. 교향악 악기들 중에서 묵직한 소리를 담당하는 건 금관악기들입니다. 오늘은 금관악기 중에서 가장 저음을 내는 악기 '튜바'에 대해 알아볼게요.

튜바, 가장 덩치가 큰 금관악기

교향악단 연주회에 가면 만날 수 있는 금관악기들은 트럼펫, 트럼본, 호른, 튜바 등이 있어요. 그중에서 청중이 무대를 바라봤을 때 오른쪽 뒤편에 자리 잡고 있는 악기가 튜바입니다. 튜바는 금관악기 중에서 가장 덩치가 커요. 크고 무겁기 때문에 의자에 앉아서 연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주자는 튜바를 무릎 위에 올려 놓거나 허벅지 사이에 끼고 연주하는데, 튜바 소리가 나오는 벨(나팔 모양으로 구멍이 뚫린 부분)이 연주자의 머리보다 더 위에 자리할 정도로 거대해요.

튜바는 다른 금관악기들보다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19세기 초부터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음악계에선 1835년 악기 제작자 빌헬름 프리드리히 비프레히트와 요한 고트프리트 모리츠가 튜바를 처음 만든 것으로 보고 있어요. 다른 금관악기들과 마찬가지로 튜바 역시 입술을 대고 소리를 내는 동그란 부분인 마우스피스가 있어요. 악기가 큰 만큼 마우스피스도 커서 연주자의 입술 전체가 다 덮여요. 또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많은 호흡량이 필요하죠. 그래서 초심자가 쉽게 배우기 어려운 악기로 분류돼요.

튜바는 으뜸음을 F(파), E flat(미 플랫), C(도), B flat(시 플랫) 등 어떤 것으로 잡느냐에 따라 네 종류로 나뉘어요. 처음 튜바를 공부하는 사람은 F조 튜바로 시작해요. 교향악단에서 제일 많이 쓰는 튜바는 C조와 B flat 조 튜바입니다. '바그너 튜바'는 튜바와 이름이 비슷하지만, 튜바로 분류되지는 않아요. 바그너 튜바는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가 자신의 오페라 작품에 쓰기 위해 고안한 악기예요. 바그너 튜바는 호른과 모양이 비슷하며, 호른 연주자가 연주합니다. 튜바와 비슷한 소리를 내는 악기에는 유포니움이 있습니다. 튜바처럼 낮은 음역대의 소리를 내지만, 튜바보다 조금 작고 가볍게 만들어져 행진곡을 연주하는 군악대 등에서 쓰입니다.

부드러운 저음으로 다른 악기 소리 감싸주죠

튜바는 음량이 무척 크기 때문에, 교향악단에서 함께 낮은 음역대 소리를 담당하는 현악기 더블베이스 소리를 확대시켜주는 역할을 해요. 또 가장 낮은 음역대의 소리를 다른 금관악기들보다 부드럽게 내기 때문에 교향악 악기들의 소리를 감싸주는 역할도 합니다. 마치 교향악 악기들을 위한 보디가드 같은 느낌인 거죠.

여러 가지로 매력이 참 많은 튜바이지만, 독주(獨奏) 악기로서의 진가는 20세기에 들어서야 발휘되기 시작했습니다. 튜바 연주자가 독주자로서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하는 협주곡이 처음 등장한 것은 불과 70년 전이었어요. 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레이프 본 윌리엄스가 '튜바 협주곡 F단조'를 1954년에 발표한 것이 튜바를 위한 최초의 협주곡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세 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이 협주곡에서 튜바는 빠르고 화려한 소리들을 내요. 저음의 묵직한 소리 때문에 둔하고 느린 악기일 것 같다는 편견을 깨트리죠.

튜바의 음색을 특별히 사랑한 영화음악 작곡가도 있습니다. 바로 '죠스' '스타워즈' '인디애나 존스' '쥬라기 공원' 등의 영화음악을 만든 존 윌리엄스입니다. 존 윌리엄스는 1980년부터 13년간 보스턴 팝스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일했는데, 1985년 오케스트라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튜바 협주곡'을 만들었어요. 서정적이면서도 빠르게 튜바를 연주하는 1악장, 감미로운 튜바의 음색이 두드러지는 2악장, 밝으면서도 경쾌한 느낌으로 재치 있는 튜바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3악장 등으로 구성돼 있죠.

아울러 윌리엄스는 자신의 영화음악 속 중요한 부분들에서 튜바의 소리를 사용했어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1977년 영화 '미지와의 조우' 마지막 장면을 보면 미확인 비행물체(UFO)가 등장해요. 이 UFO는 다섯 개의 음으로 소리를 내며 지구인과 대화를 시도하는데요, 여기서 UFO가 내는 가장 묵직하고 낮은 음이 튜바 소리예요. 부드러우면서도 웅장하고 위엄 있는 튜바의 소리가 거대한 UFO와 잘 어울립니다.

교향악단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튜바가 그 소리를 내는 순간, 악단의 연주는 장엄한 분위기로 멋지게 탈바꿈하며 청중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음악회에 가게 된다면, 튜바가 내는 소리와 울림이 연주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주는지 유심히 귀 기울여 들어보세요.

(왼쪽)악기 '튜바'의 모습. 튜바는 금관악기 중에서 가장 덩치가 커요. (가운데)1835년에 악기 제작자들이 처음 만든 튜바. (오른쪽)튜바와 비슷한 소리를 내는 악기 '유포니움'. 튜바보다는 작고 가볍게 만들어져 행진곡을 연주하는 군악대 등에서 쓰여요. /야마하뮤직유럽·위키피디아
(왼쪽)악기 '튜바'의 모습. 튜바는 금관악기 중에서 가장 덩치가 커요. (가운데)1835년에 악기 제작자들이 처음 만든 튜바. (오른쪽)튜바와 비슷한 소리를 내는 악기 '유포니움'. 튜바보다는 작고 가볍게 만들어져 행진곡을 연주하는 군악대 등에서 쓰여요. /야마하뮤직유럽·위키피디아
김주영 피아니스트·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기획·구성=오주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