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대학 입시에 '인성 영역'이 있다면? 미성숙한 어른은 지구서 추방당해요
입력 : 2024.04.18 03:30
6교시 인성 영역
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한 미래의 어느 날, 서울에서 새로운 국제 협약이 체결돼요. 이 협약의 명칭은 '서울 프로토콜'. 국제사회가 지구의 산적한 문제들을 더 이상 지구 안에서 해결할 수 없다고 결론 내리고 협약을 맺은 거죠. 국제사회는 지구가 식민 지배하는 소행성들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기로 해요. 인간을 평가해 지구에 살 자격이 없는 이들을 소행성으로 보내기로 합니다.
먼저 지구부터 구역을 나눴어요. 1구역은 경제적 가치와 창의적인 문화를 창출할 수 있는 젊은 사람들이 살도록 했죠. 1구역 주민이 나이가 들어 경제적, 문화적 생산성을 잃으면 2구역으로 보내져요. 만약 1, 2구역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르면 소행성으로 보내요. 그렇게 범죄자들은 3구역인 식민 행성에서 살게 됩니다. 범죄자들은 이곳에서 나오는 희귀 광물을 채굴하며 형량을 채워야 출소할 수 있어요.
가장 흥미로운 곳은 4구역이에요. 이곳은 '미성인의 별'이라고 불려요. 나이가 들어도 성인으로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이 가는 곳입니다. 3구역처럼 소행성이긴 하지만 자유가 있어요. 대신 국가가 제공하는 기초적인 의식주 외엔 스스로 노동을 통해 얻어야 해요. 성인이 되어야 하는 나이에도 여전히 미숙한 존재들을 가혹하게 대하는 거죠.
성인과 미성인은 어떻게 구분할까요? 놀랍게도 입시 제도를 활용했어요. 대학 입학 시험 6교시 인성 영역을 통과해야만 성인의 자격이 주어져요. 시험에 통과하고 성인으로 인정받으면 부모에게서 독립해 국가가 지원해 주는 집으로 이주해요. 반대로 6교시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사람은 미성숙한 존재로 낙인찍혀 지구에서 추방당해요. 모두가 성숙한 인격을 가진,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이라니 작가의 상상력이 무척 기발합니다.
6교시 시험을 관장하는 인공지능(AI) '메텔'이라는 존재도 흥미로워요. 메텔은 '스핑크스 리스트'를 가지고 있어요. '어른의 사고' '어른의 감정' '어른의 행동'이라는 항목으로 나누어진 서른 개의 질문지예요. 이를 토대로 메텔이 질문을 합니다. 수험생이 대답하면, 메텔은 다시 세 가지 질문을 하죠. 메텔이 무엇을 물어볼지는 시험 때마다 다르고, 거짓말을 완벽하게 잡아내요. 모범 답안을 외워서 대답하는 가짜 답변도 통하지 않죠.
주인공들은 이 무시무시한 시험에 도전하고 있어요. 각자의 사연 속에서 주인공들은 '어른'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해요. 작가는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정답을 제시하지 않아요. 독자가 스스로 답을 찾길 바란 거죠. 하지만 쉬운 질문이 아니기에, 어쩌면 영원히 끝나지 않는 질문을 던지는 소설입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 그건 정말 무슨 의미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