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소설·영화·음악 등이 원동력… 게임 창작에 많은 영감 줬어요
입력 : 2024.04.15 03:30
코지마 히데오의 창작하는 유전자
코지마 히데오의 창작 과정과 철학을 다루고 있는 책이에요. 코지마 히데오는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 '데스 스트랜딩'을 비롯해 많은 유명 게임의 세계관과 캐릭터, 줄거리를 구상하고 제작한 세계적인 게임 디자이너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이 이러한 게임들을 만들어 낸 원동력인 책과 영화, 음악들을 소개해요.
이 책이 흥미로운 건 저자가 단순히 자신의 성공담을 들려주는 것이 아닌, 창작이라는 행위에 얼마나 다양한 문화적 요소가 영향을 주는지 보여준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 저자는 평온한 마을을 침식하는 공포를 치밀하게 그려낸 스티븐 킹의 소설 '살렘스 롯'을 읽으며 빈틈없이 치밀하게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의 위력을 깨달았어요. 스티븐 킹은 줄거리를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전에 소설 속 마을이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고, 등장인물들은 각자 어떤 사연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요. 저자는 이를 통해 독자가 초자연적인 존재인 흡혈귀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는 걸 느끼죠. 이뿐만 아니라 저자는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보고 영상미와 미래에 대한 상상력 등에서 지적인 흥분을 느꼈고, 창작자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고 해요.
이 책에서 특히 중요하게 다뤄지는 개념이 있어요. 바로 '밈(meme)'이에요. 밈은 특정한 행동이나 양식, 또는 문화가 사람들 사이에서 모방을 통해 전파되는 것을 의미해요. 요즘은 이미지나 영상 등을 통해 인터넷상에서 빠르게 퍼지고 변형되는 콘텐츠를 말하지요. 저자는 밈을 창작물과 아이디어가 문화적 배경과 시대를 초월해 사람들 사이에서 전달되고 변형되는 과정으로 봐요. 기존의 창작물들이 시간이 지나도 계속해서 새로운 창작자에게 영감을 주는 밈으로 역할을 한다고 말하죠. 그래서 이 책에서 밈은 인터넷 유행어나 콘텐츠를 넘어서, 창작과 문화가 지속적으로 널리 퍼지고 진화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저자는 게임 '데스 스트랜딩'을 준비하던 시절, 아이슬란드 여행을 다녀온 경험을 예로 들어요. 저자는 여행하면서 우연히 들은 록 밴드의 음악을 게임 예고편에 사용한 걸 과거의 창작물이 새로운 창작물에 영향을 줘 문화가 진화되는 밈이 나타났다고 설명합니다. 이처럼 저자가 만든 게임들은 그가 접한 다양한 영화, 음악, 책 등이 영향을 준 결과였어요. 새로운 콘텐츠나 문화를 만들고 향유하는 일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읽고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