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무대 위 인문학] 프랑스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의 화려한 궁전 생활 재현했죠

입력 : 2024.04.15 03:30

18·19세기 유럽 다룬 뮤지컬들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공연 장면. 화려한 프랑스 왕실과 왕실의 복식 문화를 재현한 무대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요. /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공연 장면. 화려한 프랑스 왕실과 왕실의 복식 문화를 재현한 무대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요. /EMK뮤지컬컴퍼니
18~19세기 유럽에는 새로운 세상을 향한 변화의 물결들이 요동치고 있었어요. 그중에서도 프랑스에선 각종 전염병과 계속된 전쟁으로 인한 가난 속에서 삶이 피폐해진 백성들의 불만이 크게 들끓고 있었어요. 하지만 화려한 베르사유 궁전에서는 매일 밤 사치스러운 파티가 열렸습니다. 먹을 게 없어 굶주리던 농민들에게 파티의 주인공인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는 용서할 수 없는 존재가 돼 버려요. 1789년 더 이상 참지 못한 파리 시민들은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했고, '프랑스 혁명'이 시작됩니다. 국왕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는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게 돼요.

이때 등장한 인물이 나폴레옹이라는 희대의 영웅입니다. 프랑스 혁명 이후 혼란한 정세 속에서 나폴레옹은 1799년 쿠데타에 성공하고 권력을 장악하게 됩니다. 이후 유럽 대륙을 지배하던 나폴레옹은 영국에 대한 수출을 금지한 '대륙 봉쇄령'을 어긴 러시아를 응징하기 위해 1812년 60만명의 군인을 이끌고 러시아로 진군해요. 이처럼 혁명의 불길이 타올랐던 파리와 전쟁의 기운이 엄습한 모스크바를 배경으로 한 두 편의 뮤지컬이 공연 중인데요. '마리 앙투아네트'(디큐브 링크아트센터, 2월 27일~5월 26일)와 '그레이트 코멧'(유니버설아트센터, 3월 26일~6월 16일)입니다.

화려한 왕실 생활 속 철부지 왕비

오스트리아 공주였던 마리 앙투아네트는 음악과 미술을 좋아하던 명랑하고 자유분방한 소녀였습니다. 14세라는 어린 나이에 루이 16세와 정략결혼을 했죠. 그리고 38년이라는 짧은 생을 단두대에서 마감할 때까지 그녀는 화려한 왕실 생활밖에 몰랐어요. 마리 앙투아네트는 백성들의 고통과 신음을 외면하고 비단 드레스와 다이아몬드에 눈이 멀었던 악녀로 평가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는 그의 책 '마리 앙투아네트'에서 그녀의 잘못은 어쩌면 아주 사소한 일이었을지 모른다고 말합니다. 궁전 밖으로 나가 시민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지 못했다는 거죠. 그는 마리 앙투아네트는 위대한 인물도 악녀도 아닌 그저 평범한 여자였을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이 책에서 마리 앙투아네트는 그녀의 비밀 연인에게 파리를 탈출하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마지막에는 결국 거절합니다. 자신의 희생으로 타인이 위험에 처하는 걸 막을 수 있다면 파리를 탈출하지 않겠다고 비밀 연인에게 편지를 보내는 내용이 나오죠. '파티광'이었던 철부지 소녀에서 성장한 마리 앙투아네트의 모습이 보입니다.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한국 뮤지컬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엘리자벳'과 '레베카'를 제작한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와 극작가 미하엘 쿤체가 다시 호흡을 맞춘 작품이에요. 2006년 일본 도쿄 제국극장 초연 이후 2014년 한국에서 초연 무대를 올렸어요. 화려한 프랑스 왕실을 재현한 무대가 큰 볼거리입니다. 로코코 양식의 드레스, 하늘 끝까지 닿을 듯 부풀린 머리 장식과 보석 등 왕실 복식 문화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어요. 뮤지컬에서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항하는 가상 인물의 등장이 흥미로운데요. 시민 대표로서 자유와 평화를 상징하는 가상 인물인 '마그리드 아르노'라는 여성을 통해 프랑스 혁명 당시 왕실과 시민의 갈등을 보여줍니다.

무기력한 인물들, 삶을 향한 의욕 되찾아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은 톨스토이 소설 '전쟁과 평화'에서 일부 이야기를 가져와 2시간 40분 분량으로 재창작한 작품이에요. 뮤지컬 원제는 '나타샤, 피에르 그리고 1812년의 위대한 혜성'입니다. 나타샤와 피에르라는 두 인물을 통해 뮤지컬 이야기가 펼쳐져요. 나타샤는 전쟁터에 나간 약혼자 안드레이와 매력적인 젊은 군인 아나톨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이에요. 피에르는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무기력하게 책을 읽거나 술을 마시고 피아노를 치는 일상이 전부인 인물이에요. 비관적인 태도로 살던 피에르가 삶을 향한 의욕을 깨닫고 되찾는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사실 피에르는 오랫동안 나타샤를 사랑했어요. 하지만 친구 안드레이에게 나타샤와 결혼을 하라고 권유하고 자신은 부도덕한 아내 엘렌을 포기하지 않으려 하죠. 실제로 원작 소설은 나타샤와 피에르가 서로 사랑하는 내용으로 끝을 맺어요. 톨스토이는 피에르의 성장과 변화를 통해 성숙한 인간상이 무엇인지 철학적인 이야기를 전하지요.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은 무대와 객석이 연결되는 '이머시브(immersive)' 작품이에요. 주연 배우와 앙상블이 무대에서 벗어나 바이올린이나 아코디언 같은 악기를 연주하거나 춤을 추면서 객석을 누비고 다니지요.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거죠. 더하여 눈앞에서 펼쳐지는 배우들의 연기와 이에 호응하는 관객들의 환호 소리가 하나로 어우러져 뮤지컬이 더 풍성해지는 걸 느낄 수 있어요. 러시아 민요와 클래식, EDM(전자 댄스 음악)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음악 구성도 무척이나 흥겨워요. '그레이트 코멧'은 미 공연계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시상식인 토니상에서 무대 디자인상과 조명 디자인상을 받기도 했답니다.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공연 장면. 화려한 프랑스 왕실과 왕실의 복식 문화를 재현한 무대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요. /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공연 장면. 화려한 프랑스 왕실과 왕실의 복식 문화를 재현한 무대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요. /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 공연 장면. 무대와 객석이 연결되는 '이머시브' 작품으로, 배우들이 공연장을 누비고 다니며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과 함께 호흡하죠. /쇼노트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 공연 장면. 무대와 객석이 연결되는 '이머시브' 작품으로, 배우들이 공연장을 누비고 다니며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과 함께 호흡하죠. /쇼노트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 공연 장면. 무대와 객석이 연결되는 '이머시브' 작품으로, 배우들이 공연장을 누비고 다니며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과 함께 호흡하죠. /쇼노트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 공연 장면. 무대와 객석이 연결되는 '이머시브' 작품으로, 배우들이 공연장을 누비고 다니며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과 함께 호흡하죠. /쇼노트
최여정 '이럴 때 연극' 저자 기획·구성=오주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