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 이야기] '佛 혁명' 모자로 마스코트 제작… 메달엔 에펠탑 넣고 쇳조각 박아

입력 : 2024.04.09 03:30

파리올림픽

2024년 파리올림픽의 마스코트 '프리주'입니다. 프랑스 국기를 들고 의족을 단 프리주는 패럴림픽 마스코트예요(가운데). 에펠탑이 들어간 금메달 뒷면 모습이에요. /국제올림픽위원회
2024년 파리올림픽의 마스코트 '프리주'입니다. 프랑스 국기를 들고 의족을 단 프리주는 패럴림픽 마스코트예요(가운데). 에펠탑이 들어간 금메달 뒷면 모습이에요. /국제올림픽위원회
2024년 파리올림픽이 오는 7월에 열려요. 1924년 이후 100년 만에 다시 파리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겁니다. 오는 16일(현지 시각) 그리스 올림피아의 헤라 신전에서 성화 봉송이 시작된다고 해요. 성화는 이후 5월 8일 프랑스 마르세유에 도착하고, 7월 26일 개막식까지 프랑스 전역을 돌아다닌다고 해요.

성화를 옮기는 데 쓰이는 성화봉은 디자인이 올림픽마다 달라요. 이번 파리올림픽의 성화봉은 황금빛 에펠탑 혹은 와인병이 연상되는 형태예요. 가운데를 중심으로 위아래 모양이 대칭을 이루고 있는데, 이는 파리올림픽의 핵심 테마인 '평등'을 뜻합니다. 성화봉 아래쪽은 곡선의 물결 무늬가 입체적으로 들어가 있어요. 손에 쥐었을 때 안정감을 주는 것과 동시에 개막식이 열리는 파리 센강의 물결을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이죠. 또 이번 성화봉은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 경량 철강을 재활용해 만들었어요.

이번 파리올림픽 엠블럼과 마스코트는 프랑스 혁명과 관련이 깊어요. 엠블럼은 국가나 단체 또는 기업의 상징으로 쓰이는 문장(紋章)을 말합니다. 단발머리 여성의 얼굴처럼 보이는 파리올림픽 엠블럼은 프랑스 혁명을 상징하는 자유와 평등의 여신, 마리안을 형상화했어요. 동시에 넘실대는 성화의 불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또 영광의 상징인 금메달에서 비롯한 황금빛을 띠고 있지요. 이번에는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동일한 엠블럼을 쓴다고 합니다.

역대 올림픽 마스코트는 동물을 자주 활용했지만, 이번에는 모자가 활용됐어요. 프랑스 혁명 당시 시민군이 쓴 프리기아 모자를 캐릭터 '프리주'로 만들었습니다. 이 모자는 프랑스 혁명 이전에도 고대 로마 시절, 해방된 노예가 자유를 얻고 쓰기도 해 흔히 '자유의 모자'로 불려요. 프랑스 국기에서 볼 수 있는 파란색, 빨간색, 흰색을 반영해 만든 '프리주'는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거의 똑같아요. 다른 점은 패럴림픽 마스코트의 경우 오른쪽 다리에 의족을 달고 있다는 것이죠. 마스코트에 장애를 눈에 보이게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올림픽 메달 디자인은 국제올림픽위원회의 철저한 관리를 받습니다. 메달 뒷면 중앙에는 날개를 편 승리의 여신 니케가 첫 근대 올림픽이 열린 그리스 파나티나이코 경기장에서 날아오르는 모습이 들어가야 해요. 또 니케 여신 위에 오륜기와 대회 공식 명칭이 있어야 하고, 왼쪽 상단에는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신전 풍경을 넣어야 하죠. 그런데 보통 빈칸으로 남겨두던 오른쪽 상단에 이번에는 에펠탑을 넣었어요. 메달 앞면은 중앙에 18g의 육각형 쇳조각을 박았어요. 프랑스 국토 모양을 상징한대요. 이 쇳조각은 에펠탑을 개보수하는 과정에서 떨어져 나온 고철이라고 합니다.


전종현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