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독을 지닌 무시무시한 자주색 봄꽃… 진통제로도 쓸 수 있죠

입력 : 2024.04.08 03:30

미치광이풀

검은 보라색을 띠고 있는 미치광이풀 꽃 모습. /국립생물자원관
검은 보라색을 띠고 있는 미치광이풀 꽃 모습. /국립생물자원관
4월이 되면 숲속 여기저기에서 봄꽃이 한꺼번에 피어나기 시작해요. 그중에서도 이름이 아주 강렬하고 무시무시한 식물이 있어요. 바로 '미치광이풀'이에요. 독이 있어 잘못 먹으면 미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죠. 미치광이풀은 '광대작약' '미친풀' '독뿌리풀'이라고도 해요.

미치광이풀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자라는 가짓과(科)의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산지의 숲속에서 자라요. 높은 산 골짜기 주변, 특히 돌이 많고 습한 반그늘 지역에 가면 미치광이풀을 볼 수 있어요. 땅속 뿌리줄기는 마디가 많고, 길게 옆으로 뻗으며 자라요. 퉁퉁한 뿌리줄기는 우리가 먹는 생강이나 돼지감자처럼 생겼어요. 전체적으로 털이 없고 매끈한 느낌이라 봄나물처럼 보이지만 독이 있는 식물이니 절대 손대지 않는 게 좋습니다.

잎은 달걀 모양이거나 긴 타원형으로 길이는 10㎝ 안팎입니다. 가장자리는 밋밋해요. 4~5월이 되면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긴 꽃자루에 자주색 꽃이 하나씩 달려요. 드물게 노란색으로 피기도 해요. 노란색 꽃이 피는 경우에는 '노랑미치광이풀'이라고 구분해 달리 부르죠. 꽃이 피기 시작할 때는 옆이나 위를 향해 있어 잘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꽃이 점점 아래로 향해 쉽게 눈에 띄지 않아요. 대개 봄꽃은 잎이 나오기 전에 예쁜 꽃이 먼저 피어요. 노루귀, 복수초나 얼레지, 현호색처럼 화려한 꽃을 피워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것과 달리 미치광이풀은 넓은 잎 사이로 검은 보라색 꽃이 매달린 듯 숨어 있어 꽃이 피는 줄도 모르고 지나치기 쉽죠. 아래를 바라보고 있는 꽃을 사진으로 예쁘게 찍고 싶으면 땅바닥에 바짝 엎드려야 한답니다.

종 모양인 꽃부리는 길이 2㎝ 정도이며 끝이 5개로 갈라져요. 꽃받침도 5개로 갈라져요. 열매는 둥근 모양으로 꽃받침에 싸여 있어요. 6~7월이면 푸른빛을 띤 붉은색으로 익어요. 이렇게 익은 열매는 뚜껑이 열리듯 가로로 열리고 그 안에 있던 씨앗이 쏟아지게 됩니다. 미치광이풀은 대표적인 유독성 식물이지만 동시에 매우 중요한 약용식물이기도 해요. 한의학에서는 미치광이풀의 뿌리줄기를 낭탕근(莨菪根)이라 하여 진통제로 써요. 한때 이 식물은 약초로 아주 유명해져서 무분별하게 채취됐고 멸종 위기까지 처했다고 해요. 하지만 수입 약재 증가 등으로 채취가 줄면서 개체 수가 많이 늘어 지금은 전국 곳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김민하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