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독을 지닌 무시무시한 자주색 봄꽃… 진통제로도 쓸 수 있죠
입력 : 2024.04.08 03:30
미치광이풀
- ▲ 검은 보라색을 띠고 있는 미치광이풀 꽃 모습. /국립생물자원관
미치광이풀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자라는 가짓과(科)의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산지의 숲속에서 자라요. 높은 산 골짜기 주변, 특히 돌이 많고 습한 반그늘 지역에 가면 미치광이풀을 볼 수 있어요. 땅속 뿌리줄기는 마디가 많고, 길게 옆으로 뻗으며 자라요. 퉁퉁한 뿌리줄기는 우리가 먹는 생강이나 돼지감자처럼 생겼어요. 전체적으로 털이 없고 매끈한 느낌이라 봄나물처럼 보이지만 독이 있는 식물이니 절대 손대지 않는 게 좋습니다.
잎은 달걀 모양이거나 긴 타원형으로 길이는 10㎝ 안팎입니다. 가장자리는 밋밋해요. 4~5월이 되면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긴 꽃자루에 자주색 꽃이 하나씩 달려요. 드물게 노란색으로 피기도 해요. 노란색 꽃이 피는 경우에는 '노랑미치광이풀'이라고 구분해 달리 부르죠. 꽃이 피기 시작할 때는 옆이나 위를 향해 있어 잘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꽃이 점점 아래로 향해 쉽게 눈에 띄지 않아요. 대개 봄꽃은 잎이 나오기 전에 예쁜 꽃이 먼저 피어요. 노루귀, 복수초나 얼레지, 현호색처럼 화려한 꽃을 피워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것과 달리 미치광이풀은 넓은 잎 사이로 검은 보라색 꽃이 매달린 듯 숨어 있어 꽃이 피는 줄도 모르고 지나치기 쉽죠. 아래를 바라보고 있는 꽃을 사진으로 예쁘게 찍고 싶으면 땅바닥에 바짝 엎드려야 한답니다.
종 모양인 꽃부리는 길이 2㎝ 정도이며 끝이 5개로 갈라져요. 꽃받침도 5개로 갈라져요. 열매는 둥근 모양으로 꽃받침에 싸여 있어요. 6~7월이면 푸른빛을 띤 붉은색으로 익어요. 이렇게 익은 열매는 뚜껑이 열리듯 가로로 열리고 그 안에 있던 씨앗이 쏟아지게 됩니다. 미치광이풀은 대표적인 유독성 식물이지만 동시에 매우 중요한 약용식물이기도 해요. 한의학에서는 미치광이풀의 뿌리줄기를 낭탕근(莨菪根)이라 하여 진통제로 써요. 한때 이 식물은 약초로 아주 유명해져서 무분별하게 채취됐고 멸종 위기까지 처했다고 해요. 하지만 수입 약재 증가 등으로 채취가 줄면서 개체 수가 많이 늘어 지금은 전국 곳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