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역사 책·민담 속 218종 요괴 이야기… 처녀귀신, 조혼 풍습에도 영향 줘
입력 : 2024.04.08 03:30
한국 요괴 도감
고성배 지음|출판사 위즈덤하우스|가격 2만2000원
고성배 지음|출판사 위즈덤하우스|가격 2만2000원
고대부터 현대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변에 존재한다고 믿었던 각종 요괴를 소개한 책이에요. '삼국유사' '삼국사기' 등 고문헌과 다양한 민담에 나오는 내용을 바탕으로 총 218종의 요괴를 소개해줍니다. 각 요괴가 출몰한 지역과 시기, 특징 등은 재밌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문화와 그 시대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하는 것에 도움이 되지요.
책은 218종의 요괴를 괴물과 귀물, 사물, 신으로 나눠 소개해요. 먼저 '괴물' 편에선 구미호, 이무기, 강철이 등 괴상한 생물들이 등장해요. 저자는 괴물을 형태나 성질, 습성에 따라 인간과 비슷한 '인간형', 맹수나 동물을 닮은 '짐승형', 물고기와 유사한 '어류형', 새와 닮은 '조류형' 등으로 나눕니다. 예를 들어 독기를 품은 용의 일종인 '강철이'는 짐승형에 속하죠. 강철이는 독기를 품은 용인 만큼, 옛사람들은 강철이가 지나가기만 해도 곡식이 해를 입고 땅에 독기가 든다고 생각했어요. 용이 되지 못한 뱀인 이무기도 가축을 먹거나 곡식을 해하는 괴물이라고 생각됐어요.
'귀물' 편에서는 도깨비, 달걀귀, 손각시 등이 소개돼요. 우리 조상들은 갑자기 돌이 날아오고 물건이 난데없이 쌓이면 도깨비가 장난을 친 것이라고 믿었대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을 요괴의 장난으로 생각했던 거죠. 손각시는 '손씨 가문의 각시'라는 뜻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일종의 처녀귀신이에요. 처녀귀신은 원한을 품은 귀신으로, 한이 강할 경우 한 집안, 더 나아가 한 읍을 망하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선조들은 이들을 기리는 신당을 짓기도 했어요. 특히 손각시는 이른 나이에 결혼을 시키는 조선의 조혼 풍습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합니다.
'사물' 편에서는 독특한 능력을 가진 물건들이 다뤄져요. 저자는 귀수산에서 나는 대나무를 가공해 만든 피리인 만파식적 등을 소개해요. 만파식적은 신라 때 있었다고 전해지는 전설상의 피리입니다. 나라에 근심이 생길 때마다 이 피리를 불면 평온해졌다고 알려져 있어요. '신' 편에서는 동서남북과 중앙 등 다섯 방위를 지키는 '오방신', 집 안에서 인간의 생활을 도와주는 '가택신', 자연에서 신으로 바뀐 '정령', 인간을 수호하는 '수호신' 등이 소개돼요. 예를 들어 남쪽을 지키는 '주작'은 오방신에 속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주작이 죽은 사람을 태워 저승으로 데려가준다고 믿었대요.
요괴가 언제 어디에서 출몰했고, 어떤 특징을 지녔는지는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이야기들입니다. 그 시대 사람들의 생각이 담겨 있는 것이죠. 조상들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걸 추천해요. 단, 문헌에 등장하는 이름 없는 괴물이나 귀물은 상황이나 배경, 성격에 따라 저자가 이름 붙이기도 했으니, 이를 유의해서 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