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고양이 귀에 매달리고, 곤충 타고 슝~ 밤마다 세계 곳곳 여행하는 달 아이들

입력 : 2024.03.28 03:30

달 아이

[재밌다, 이 책!] 고양이 귀에 매달리고, 곤충 타고 슝~ 밤마다 세계 곳곳 여행하는 달 아이들
남우주 글·그림|출판사 우주상자가격 1만6800원

달 아이들은 곱슬곱슬한 노랑머리에 민트색 잠옷을 입은 귀여운 친구들입니다. 밤마다 달님과 연결된 가느다란 금빛 실에 매달려 멀리 여행을 다니죠. 땅에 도착한 어떤 달 아이는 붉은 꽃 위에 눕기도 하고, 또 다른 달 아이는 고양이의 귀에 매달리기도 해요. 담벼락을 뛰어다니는 달 아이도 있어요. 아이들은 세상 곳곳에서 놀다가 달님이 금빛 실을 당기면 순식간에 집으로 돌아가요. 마치 꿈처럼 평화롭고 아름다운 밤 풍경이네요.

그런데 평화롭던 밤의 분위기가 갑자기 변합니다. 밤송이 같은 뾰족한 머리에 눈 주위가 검고 무표정한 아이들이 나타났어요. 밤 아이들이에요. 이들은 달님을 향해 날아온 거예요. 밤 아이가 달님에게 가까이 다가서자 이상한 일이 벌어져요. 밤 아이가 입고 있던 검은색 옷이 투명해지더니 달 아이들에게 연결되어 있던 달님의 금빛 실이 녹아버리네요. 그 바람에 달님과 연결 고리가 없어진 달 아이들이 영문도 모른 채 아래로 떨어지게 돼요.

달님은 있는 힘껏 달 아이들을 향해 실을 뻗었지만 모든 아이들을 붙잡지는 못했어요. 달님은 바다를 들추기 시작했어요. 실이 끊겨 아래로 떨어진 달 아이들을 찾아야 했거든요. 달님은 넓은 바다 끝까지 다 들리도록 큰 소리로 외쳐요. '얘들아 어딨니?' 하고요. 달님의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느껴지네요.

그런데 아래로 떨어진 달 아이들은 잠시 당황했을 뿐, 노는 것을 멈추지 않아요. 거대한 곤충을 타고 날아다니거나, 물방울 속으로 들어가 편안하게 잠을 자기도 해요. 밤 아이들은 어둠 속에서 이런 달 아이들을 지켜봅니다. 타고 노는 곤충이 반딧불인지 모기인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물속에서 물방울을 가지고 뭘 하는지 궁금해하기도 해요.

어둠이 점차 걷히면서 햇볕이 들기 시작했어요. 햇빛 속에서 달 아이들의 머리카락이 점점 하얗게 변해요. 하지만 달 아이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여기저기 신나게 돌아다니며 놀아요. 밤 아이들은 이 모습도 가만히 서서 지켜보고 있어요. 달 아이들은 코끼리 상아에 앉아 미끄럼을 타기도 하고, 독수리의 구부러진 발톱 위에 서서 '여기서 자면 어떨까?' 궁리를 하기도 해요.

그렇게 한참을 놀고 나니 해가 다시 저물었고 달 아이들은 배가 고파졌어요. 사방에 있는 어둠 조각을 와그작와그작 뜯어 먹죠. 어둠을 먹고 힘이 생기자 하얗게 변했던 머리가 다시 노란빛을 내기 시작해요. 이 빛이 하늘 높이 뻗어 나가네요. 달님은 이 빛으로 달 아이들을 다시 찾아냅니다.

지금도 달 아이들은 밤마다 세계 곳곳을 여행한다고 해요. 밤 아이들도 쉬지 않고 달님 곁을 지나가고요. 바닷물의 밀물과 썰물은 바로 달님이 매일매일 달 아이들을 찾기 때문에 생긴다네요. 빛과 어둠을 '선과 악'처럼 이분법적 관계로만 보지 않고, 새롭고 아름다운 상상을 펼친다는 점이 인상적인 그림책입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