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세계에서 가장 큰 야생 양… 큼직한 뿔로 힘 겨뤄 서열 정해요
입력 : 2024.03.27 03:30
아르갈리양
- ▲ 아르갈리양들이 이동하는 모습. /위키피디아
양하면 온몸이 복슬복슬한 털로 뒤덮여있고 목동을 따라 '매애~' 하고 울며 떼로 몰려다니는 모습이 먼저 떠오를 텐데요. 이는 오래전에 사람들에게 길들여진 가축 양의 모습이에요. 이런 양 외에도 세계 곳곳에는 아주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야생 양들이 살고 있어요. 그중 가장 큰 몸집을 가진게 아르갈리양이죠. 이 양은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히말라야·티베트·인도 등 해발 1000~4000m의 험준한 고산 지대에서 살아요. 어떤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몸집이 조금씩 다른데, 중앙아시아 파미르고원에 사는 무리가 덩치가 가장 큽니다. 수컷의 경우 머리부터 몸통까지 길이가 최장 2.2m, 어깨높이는 최고 1.3m에 이른대요.
아르갈리양은 암수 모두 뿔이 있어요. 특히 수컷이 아주 위풍당당한 뿔을 갖고 있죠. 한 방향으로 쭉 뻗은 게 아니라 밑동부터 둥글게 나선형으로 자라는게 특징입니다. 뿔이 쭉 펴졌다고 가정하면 길이가 1.9m에 이른대요. 자기 몸길이와 거의 맞먹는 길이죠.
아르갈리양의 큼직한 뿔은 수컷들끼리 힘을 겨루는 무기로 쓰인답니다. 아르갈리양은 번식철이 되면 암수 할 것 없이 가능한 한 많은 상대방과 짝짓기를 해요. 수컷들은 서열이 높을수록 더 많은 암컷과 짝짓기를 할 수 있는데, 서열을 정하는 수단이 바로 뿔을 이용한 박치기랍니다.
아르갈리양의 서식지 대부분은 풀이 잘 자라지 않고 바위가 많은 고산 지대랍니다. 이런 곳에선 혼자보다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 것이 생존 가능성을 높여주죠. 아르갈리양은 최대 100마리까지 무리를 이뤄 살고 동족들과 활발히 소통해요. 가령 천적이 나타났을 때 이를 먼저 알아챈 한 마리가 앞발로 땅바닥을 쿵쿵 두들겨 무리에게 위험을 알려요. 그럼 바짝 긴장한 무리들이 한꺼번에 줄행랑을 치기 시작하죠.
무리에서 동떨어져 혼자 있을 때 천적을 보게 되면 도망치지 않고 가만히 있는데요. 다른 영양에 비해서 동작이 굼뜬 편이라 혼자 있으면 잡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들키지 않기 위해 쥐 죽은 듯 가만히 있는 거죠. 오랫동안 아르갈리양의 천적은 눈표범과 늑대 등 맹수들이었어요. 하지만 이젠 인간이 됐답니다. 중앙아시아·몽골 일대 유목민들은 고기와 털을 얻기 위해 아르갈리양을 사냥했어요. 이후 아르갈리양의 멋진 뿔이 입소문을 타면서 사냥감으로 희생되는 일이 많아졌어요. 여기에 더해 사람이 풀어놓은 양과 염소 등에 밀려 더욱 황량하고 거친 곳으로 쫓겨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