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1895년 美서 현대식 피구 창안… 북미에선 공 5~6개 사용해

입력 : 2024.03.26 03:30

피구

영국의 한 판화 작가가 서울에서 찍은 석전놀이 사진을 바탕으로 그린 그림(왼쪽)과 미국 미시간주에 있는 한 지역 운동 시설에서 사람들이 피구를 하는 모습. /영국 잡지 ‘더 그래픽’·위키피디아
영국의 한 판화 작가가 서울에서 찍은 석전놀이 사진을 바탕으로 그린 그림(왼쪽)과 미국 미시간주에 있는 한 지역 운동 시설에서 사람들이 피구를 하는 모습. /영국 잡지 ‘더 그래픽’·위키피디아
충남 공주시 한 초등학교가 '토요 스포츠데이'를 운영한다고 해요. 토요일마다 희망하는 5~6학년 여학생들이 운동을 하는데,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을 고려해 '피구'를 운동 종목으로 채택했다고 합니다. 피구는 규칙이 간단하면서도 다른 구기 종목에 비해 부상을 입을 위험이 크지 않아서 학교 체육 시간에도 자주 하는 운동입니다. 피구는 언제, 어떻게 시작된 걸까요?

인류 역사에서 무언가를 던져서 상대를 맞히는 놀이는 여러 지역에서 쉽게 볼 수 있었어요. 우리나라에는 '석전(石戰)'이 있습니다. 석전은 돌을 던져 상대방을 맞히는 놀이로, 삼국시대 때부터 행해졌어요. 군사 훈련 일환으로도 이뤄지다가, 점차 점을 치는 용도로 바뀌었습니다. 고대 이집트에도 상대에게 공을 던지는 놀이가 있었어요.

유라시아를 제패한 몽골 제국에서는 패배한 적군의 수급(首級)을 던지면서 공놀이와 비슷한 것을 했다고 합니다. 이런 여러 사례들은 공 등을 상대에게 던진다는 점에서 피구와 유사하긴 하지만, 오늘날 피구와 같은 규칙을 지닌 운동은 아니었어요.

현대식 피구는 1895년에 미국 매사추세츠주(州) 홀리오크시에 살던 YMCA 체육부장 윌리엄 모건이 창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당시 미국에서는 농구가 유행하고 있었어요. 모건은 농구가 재미는 있지만,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농구는 진행이 엄청 빠른 만큼 강한 신체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이죠. 이에 모건은 두 가지 구기 종목을 고안했어요. 하나는 코트 가운데 네트를 설치해서 상대방 진영으로 공을 보내는 운동이었어요. 다른 하나는 공을 상대방에게 던져서 맞히는 운동이었죠. 전자는 배구로, 후자는 피구로 발전했어요.

초창기 피구는 상대방이 던진 공에 몸이 닿으면 아웃(탈락)되는 스포츠였어요. 하지만 이후 피구가 확산되면서 새로운 규칙이 생겨났어요. 일본에선 상대방 공을 잡아내면 살아남는다는 규칙이 추가됐죠. 피구는 운동 능력이 뛰어나지 않은 사람이나 어린이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여러 지역으로 확산됐습니다.

피구는 축구나 농구와 달리 세계적으로 공통된 규칙이 없고 국가·지역별로 다른 규칙들을 갖고 있답니다. 북미와 아시아 지역의 피구 경기를 보면 전혀 다른 모습이에요. 북미에선 공을 한 번에 5~6개나 사용하고, 공에 맞은 사람은 상대방 진영으로 가서 공격하는 게 아니라 경기장에서 퇴장을 당합니다. 또 자기가 들고 있는 공으로 상대방 공을 막아내거나, 한 선수가 공 두 개를 들고 던지는 모습도 볼 수 있어요. 반면 우리나라를 포함해 아시아 국가들은 일본에서 만든 규칙을 적용해 공 하나로 시합을 합니다.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