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3000번 넘게 상담한 초등학교 선생님… 스스로 고민 해결 방법 찾게 도와줘요
입력 : 2024.03.21 03:30
사이다 쌤의 비밀 상담소
현직 초등학교 교사인 김선호 선생님의 책이에요. 저자는 학부모를 위한 교육서를 여러 권 펴낸 초등 교육 전문가인데, 이번엔 처음으로 아이들을 위한 책을 펴냈어요. 교직 생활 16년 동안 주로 5, 6학년 담임이었다고 해요. 그러다 보니 사춘기에 들어서서 고민이 많아진 아이들이 이야기를 나누러 수시로 선생님을 찾아왔다네요. 상담 횟수를 세보니 3000여 회나 된대요.
대체 어떤 상담을 하기에 아이들이 먼저 다가와 고민을 털어놓는 걸까요? 책에는 실제 아이들과 상담한 내용이 대화체 그대로 적혀 있습니다. 선생님은 어른 처지에서 '이렇게 해, 저렇게 해' 하는 식으로 강요하거나 가르치려 들지 않아요. 대신 충분히 듣고 난 후 아이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이야기를 나눠요. 한편으로는 해결책도 없는 뻔한 위로를 하지 않는 것도 저자만의 상담 요령이에요. 아이들이 안고 있는 고민을 두고 먼저 객관적으로 분석해요. 아이들이 더 넓은 시각, 다양한 시각에서 자신의 문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자신도 몰랐던 마음을 새롭게 발견하고, 스스로 해결할 방법을 직접 찾도록 돕는 거죠.
"헤어진 뒤 며칠이나 몇 달 동안은 힘들 수 있어요. 그렇다고 '내가 이런저런 점을 바꿀 테니 다시 만나자'는 말을 하지 않기를 권해요. 내가 싫어진 사람에게 계속 사귀자고 말하기보다는 지금 헤어짐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나 자신'에게 집중해요. 이별의 아픔을 잘 견디는 과정이 필요해요." 이성 친구와 사귀다가 뚜렷한 이유나 잘못도 없이 헤어지게 되었다며 마음 아파하는 아이에게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예요. 이어서 실연의 고통을 벗어나는 구체적 방법을 조언해요. 우선 슬프면 참지 말고 실컷 울어도 괜찮다네요. 하지만 며칠 지나서는 잠도 푹 자고 맛있는 음식도 찾아 먹는 것이 좋다고 해요. 저자는 이렇게 말해요. "바로 다른 사람을 사귄다든지, 맵고 짠 음식을 폭식한다든지, 술이나 담배를 시작한다든지 같은 일은 하지 말아요. 위로받아야 할 자기 자신을 자극적인 것들로 채워서 잠시 괴로움을 잊는 효과를 얻을 뿐이에요."
책에는 요즘 아이들의 현실적 고민이 잔뜩 담겨 있어요. 부모님이 이혼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마음이 복잡한 아이, 다른 친구만 편애하는 담임 선생님 때문에 학교 가기가 더 이상 즐겁지 않은 아이, 혼자 노는 것이 좋긴 하지만 계속 이렇게 지내도 될지 걱정되는 아이 등 고민은 각양각색이지요.
선생님이 여러 고민을 듣고 상담해 주는 모습을 지켜보다 보면, 아직 어리고 그래서 미숙하긴 하더라도 온전한 인격체로 존중하며 대하는 것이 고민 해결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선생님과 나눈 상담이 얼마나 좋았으면 학교를 졸업하고 심지어 대학생이 된 이후 초등학교 교실로 선생님을 찾아온 친구도 있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