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자신의 연주 알아줬던 친구 죽자 거문고 줄 끊어

입력 : 2024.03.19 03:30

우정 이야기

‘보트 위에서 그림 그리는 클로드 모네’. 그의 친구인 에두아르 마네가 1874년 그렸어요. /위키피디아
‘보트 위에서 그림 그리는 클로드 모네’. 그의 친구인 에두아르 마네가 1874년 그렸어요. /위키피디아
학생들이 새 학년을 맞이할 때 고민하거나 신경 쓰는 게 바로 친구 문제입니다. 친한 친구와 같은 반이 될지, 새 친구를 사귈 수 있을지, 만약 친구와 같은 반이 되지 않아 사이가 멀어지면 어떻게 할지 등 걱정이 많죠. 새로운 같은 반 친구들과는 다들 친해졌을까요. 그래서 오늘은 역사 속 유명한 친구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첫째 친구들은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산 백아와 종자기예요. 이 둘의 우정은 '백아절현(伯牙絶絃)'이라는 고사성어로 유명합니다. 백아는 거문고의 달인이었고, 종자기는 백아의 거문고 연주를 알아주는 친구였어요. 백아가 높은 산을 생각하며 연주하면 종자기는 "하늘 높이 우뚝 솟은 태산처럼 웅장하구나"라고 말했고, 큰 강을 생각하며 연주하면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이 마치 황하 같구나"라고 말했어요. 백아가 거문고의 달인이듯이 종자기는 백아가 무엇을 표현하려는지 정확하게 알아차리는 능력을 지녔답니다. 그런데 종자기가 갑자기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요. 슬픔에 잠긴 백아는 자기 음악을 알아줄 사람이 사라졌다고 여겨 거문고의 줄을 끊고 다시는 켜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처럼 참된 친구는 서로 깊은 속마음까지 알아주는 사이랍니다.

둘째로 19세기 프랑스에서 인상주의 화가로 활동한 에두아르 마네와 클로드 모네예요. 이름이 비슷한 친구와 같은 반에 있으면 서로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는데요, 마네와 모네도 그랬습니다. 당시 마네는 밝음과 어두움을 대비하는 표현 기법으로 유명한 화가였어요. 모네도 그림에서 빛 표현을 중시했는데, 마네의 화가 모임에도 참여하며 자기 화풍을 더욱 발전시켰죠. 부유했던 마네는 모네가 생활고로 힘들어할 때 돈을 내어 주며 응원하였어요. 또 마네는 보트 위에서 그림을 그리는 모네, 정원에 함께 있는 모네 가족을 작품으로 그려주기도 했죠.

모네는 마네가 죽은 뒤에도 친구한테 받은 은혜를 잊지 않았어요. 마네의 그림 '올랭피아'가 미국에 팔려갈 상황이 되자 모금 운동으로 그 그림을 사들여 조국인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기증했어요. 당시 모네는 작품을 기증하며 장관에게 보낸 편지에 '화가 정신과 통찰력의 스승인 마네의 위대한 승리의 기록'이라고 적었답니다. 이처럼 참된 친구는 마네처럼 친구의 가치를 알아봐 주며 언제나 응원하고, 모네처럼 고마움을 잊지 않고 친구의 작품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이랍니다.

우리가 살펴봤듯이 친구 사이는 잠깐 다른 반이 된다고 끊기지 않아요. 서로 가치를 알아봐 주는 새로운 친구를 만나 멋진 우정을 가꿔갈 수도 있겠지요. 새 친구들, 그리고 오래 사귄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학교 생활 하길 바랍니다.


황은하 상경중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