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웃고 싸우며 엄마와 살아 온 인생… 개인과 가족 사이서 고민하는 삶

입력 : 2024.03.18 03:30
[재밌다, 이 책!] 웃고 싸우며 엄마와 살아 온 인생… 개인과 가족 사이서 고민하는 삶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노지양 옮김|출판사 글항아리|가격 1만5000원

미국 뉴욕에서 여성, 유대인, 하층민으로 태어나 자라난 저자가 스스로 인생을 돌아보는 회고록이에요.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지난 50년간 최고의 회고록'으로 선정했고, 영국 주간지 '옵서버'는 '20세기 100대 논픽션'으로 뽑은 책입니다. 이 책은 단순한 삶의 기록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아요. 저자의 자아 형성에 큰 영향을 준 인물인 어머니와 긴밀하면서도 때때로 갈등하는 관계를 섬세하게 그려냈기 때문이에요.

어느덧 중년이 된 저자는 노년의 어머니와 함께 뉴욕 거리를 걸으며 대화를 나눕니다. 함께했던 과거를 회상하면서 웃기도 하고 싸우기도 합니다. 지쳐서 침묵에 빠지다가도 기쁨과 생동감으로 가득해지는 둘의 관계는 그야말로 책의 제목처럼 '사나운 애착' 그 자체이지요. 저자가 생생하게 되살린 과거 뉴욕 풍경 묘사를 읽다 보면 그들이 함께했던 그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답니다.

저자는 어머니의 삶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고백합니다. 어머니가 더 도전적이고 개성 있는 삶을 살길 바랐기 때문이죠. 저자는 어머니에게 1930년대 뛰어난 성취를 이룬 작가 조지핀 허브스트의 전기를 선물했습니다. 과거 어머니는 부정적인 반응 일색이었습니다. "나는 그 모든 걸 내 몸으로 살았다고. 다 아는 얘기야. 여기서 내가 뭘 더 배우겠니?"라고 답했죠. 저자는 "엄마가 뭘 알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만 엄마처럼 말해. 엄마보다 백 배 천 배는 더 배우고 공부한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배워. 엄마가 말한 대로 그 모든 걸 엄마도 다 겪어봤다면 엄마도 책을 쓰고 싶어지는 거고. 엄마가 뭐라고 왜 못 배우는데?"라고 쏘아붙였고요. 저자는 침묵한 채 어머니와 뉴욕 거리를 걸었습니다. 한 블록, 또 한 블록. 저자는 어머니의 걸음에 발을 맞췄습니다. 어머니는 문득 "그 여자가 자기 삶을 살았다는 게 부러워. 나는 못 그랬다"고 솔직히 털어놓았어요. 저자는 어머니를 끌어안지요. 전과 달리 어머니를 이해해 보려 노력한 거예요.

이렇게 자기 경험담을 있는 그대로 들려주는 글쓰기 방식을 '자기 고백 서사'라고 합니다. 청소년기에는 나라는 사람이 누구이며, 가족·친구·사회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앞으로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 늘 고민일 거예요. 저자도 그런 고민을 한 흔적을 이 책에서 살필 수 있지요. 개인적으로 원하는 삶과 가족과 사회가 부여하는 삶의 갈등이 드러납니다. 저자가 그려낸 인생의 무늬를 더듬어 가는 여정에 참여해 보세요. 그가 인생을 대하는 태도는 여러분에게 중요한 영감을 줄 거예요. 저자는 단순하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문장으로 자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김미향 출판 평론가·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