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도쿄서 만나는 특별한 뮤지엄 43곳… 에도 시대 시간여행, 日 주택 체험도

입력 : 2024.03.14 03:30
[재밌다, 이 책!] 도쿄서 만나는 특별한 뮤지엄 43곳… 에도 시대 시간여행, 日 주택 체험도
도쿄의 뮤지엄을 어슬렁거리다

오타가키 세이코 지음 | 민성원 옮김 | 출판사 더숲 | 가격 1만6800원

도쿄에 있는 43개의 크고 작은 박물관·미술관·도서관 등 '뮤지엄'을 글과 그림으로 소개하는 여행서예요. 도쿄를 전형적인 관광지가 아닌 역사와 문화 예술의 도시로서 다시 안내하죠. 뮤지엄을 나눈 11가지 범주가 흥미진진해요. '인류의 도전을 확인하는 뮤지엄' '정취를 만끽하는 뮤지엄' '건물도 아름다운 뮤지엄' 등 저마다 매력을 뽐내고 있죠. 저자인 오타가키 세이코는 에세이를 쓰고 어울리는 삽화를 직접 그려 넣는 독특한 작가예요. 저자의 특기가 이 책에서도 잘 나타난답니다. 뮤지엄의 풍경 그림과 역사 설명, 즐기는 법 소개가 어우러지는 것이 재미있어요.

'미타카 덴메이 반전주택 인 메모리 오브 헬렌 켈러'라는 아주 기나긴 이름을 가진 장소가 있대요. 알록달록한 색과 기하학적 도형으로 이루어진 건물 외관이 아주 독특한데요, 주택처럼 보이는 실내로 들어가니 거실의 바닥은 평평하지 않고 울퉁불퉁하네요. 방 모양은 동그란 구형이고, 세면대 앞바닥은 오목하게 파여 있어서 거기서 세수를 하려면 두 다리를 벌려 힘을 주고 버텨야만 해요. 어디 하나 평범한 것이 없는 공간이네요.

관람객은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택을 체험할 수도 있어요. 방에 들어가 낮잠을 자거나 화장실을 사용할 수도 있지요. 일본의 예술가이자 건축가인 아라카와 슈사쿠와 그의 동료인 매들린 긴스가 지은 건물이에요. 이 집을 방문한 사람들이 모든 감각과 직감을 동원해 신체와 환경의 관계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건축 의도였대요.

컵라면은 누가 만들었고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요? 요코하마의 '컵 누들 뮤지엄'을 찾아가면 답을 찾을 수 있어요. 안도 모모후쿠라는 일본 기업인이 원조래요. 그는 미국인들이 음료수를 담아 마시던 일회용 컵에 착안해서 1971년 최초의 컵라면을 발명했다네요. 이곳에선 제조 공정에 참여해 컵라면의 재료들을 직접 만들어보기도 하고, 그것을 먹는 체험형 관람이 큰 인기라네요.

이 밖에도 도쿄의 역사적 건축과 복고풍의 거리를 체험할 수 있는 '에도·도쿄 건축 박물관'과 오래전 재봉틀과 벽시계 등이 전시되어 근대 일본인들의 소박한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는 '쇼와의 생활 박물관'도 호기심을 자극하지요. 450만점이 넘는 자료를 보유했다는 '국립과학박물관'에서는 우주부터 생명, 그리고 인류의 역사까지 더듬어볼 수 있고, '분카가쿠엔 복식 박물관'에서는 패션을 통해 문화의 다양한 얼굴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해요. 이렇게 멋진 곳들을 가보려면 여행을 열심히 다녀야겠네요. 유익하고 세련된 여행 방법을 제안하는 책입니다.


김성신 출판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