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 이야기] 처마 끝, 튀어나온 발코니, 교통 표지판… 한쪽만 고정, 다른 쪽은 허공에 떠있어요
입력 : 2024.03.12 03:30
캔틸레버
- ▲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새로 지은 초고층 빌딩 '원 자빌(One Za’abeel)'. 두 건물을 연결하는 공중 통로는 바깥쪽이 허공에 떠있는 '캔틸레버' 구조예요. /Hufton+Crow
이렇게 길쭉한 캔틸레버를 건물에 만들려면 복잡한 건축공학이 필요해요. 캔틸레버는 양끝을 지지하는 일반적인 보에 비해 보를 구부러지게 하는 힘인 '굽힘 모멘트(Bending Moment)'를 4배 이상 받거든요. 총무게는 같다고 가정했을 때 캔틸레버 길이가 2배로 늘어나면 굽힘 모멘트는 최대 16배까지 증가한답니다. 이런 큰 힘을 지탱할 수 있으려면 건물 자체가 거대해야 하고 보가 고정된 한쪽 끝부분에도 구조 보강을 해야 합니다. 튼튼한 건축 재료도 필요하기 때문에 근대 건축에서 철골 구조를 쓰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가능해진 방식입니다.
캔틸레버는 중력에서 벗어나려는 인간의 꿈을 실현해 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에요.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은 건물 꼭대기에 있는 340m 길이의 기다란 배 모양 구조물인 '스카이 파크'로 유명해졌는데요, 배가 건물에서 튀어나온 캔틸레버 부분은 66.5m에 달해 원 자빌 이전에는 세계 최장 길이를 자랑했어요.
소소한 규모의 캔틸레버는 우리 주변에서도 볼 수 있어요. 알고 보면 건물 지붕에 삐져나온 처마 끝, 현관의 차양, 아파트에 튀어나온 발코니가 캔틸레버 구조죠. 고속도로를 지나갈 때 보이는 교통 표지판도 한쪽만 고정한 캔틸레버랍니다. 또 항공기 날개도 있죠. 날개로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야 하는 항공기는 몸체에만 고정된 캔틸레버 날개가 큰 힘을 버텨줘야 해요.
우리나라에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캔틸레버 건축물이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바로 부산에 있는 '영화의전당'입니다. 지붕이 물결치듯 비틀어져 하늘로 솟아 있는 모습이 장관인데요, 그 한쪽은 단단한 원통이 지지하고 다른 한쪽은 기둥 하나 없이 자유롭게 공중에 떠있는 캔틸레버 지붕이에요. 기네스북이 '세계에서 가장 긴 캔틸레버 지붕'으로 공인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