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오징어 눈은 'W' 모양… 원하는 것만 선명하게 봐요

입력 : 2024.03.12 03:30

동물의 눈으로 본 세상

/그래픽=진봉기
/그래픽=진봉기
눈을 자세히 본 적 있나요? 먼저 흰자 안에 동그란 홍채가 있고, 그 안에 더 작고 까만 동공이 있어요. 홍채의 색과 패턴은 사람마다 달라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밝은 갈색이거나 검은색인 경우가 많죠. 다른 나라에는 파란색, 녹색 등 다양한 색을 가진 사람도 있어요. 사람마다 홍채에 검은색을 띠는 멜라닌 색소의 양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고양이는 세로 눈, 강아지는 동그란 눈

동물들의 눈 모양도 서로 달라요. 우리와 매우 가깝게 지내는 반려동물인 강아지와 고양이를 먼저 살펴볼게요. 강아지는 눈 전체가 까맣게 보일 정도로 크고 동그란 눈을 갖고 있어요. 반면 고양이는 낮과 밤에 따라 다른데, 밤에는 강아지처럼 눈동자가 동그랗지만, 낮이 되면 세로로 긴 눈을 하고 있지요.

사람과 강아지처럼 동그란 눈은 시야가 넓지 않다는 게 단점이에요. 개, 늑대를 비롯해 사자, 호랑이 등 대형 고양잇과 동물들도 동그란 눈을 지녔죠. 이 동물들은 자연에서 주로 상위 포식자이기에 시야가 좁아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답니다. 다른 동물들의 공격을 피하려 주변을 살필 필요가 적기 때문이에요.

반면 고양이처럼 눈동자를 세로로 길게 바꿀 수 있는 동물은 여우와 악어, 뱀 등이 있어요. 이 동물들의 특징은 주로 밤에 활동한다는 거예요. 빛이 적은 밤에는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이기 위해 동공을 최대한 크게 만들어요. 이때는 동그란 모양으로 보이죠. 그러나 낮에는 빛의 양을 줄이기 위해 세로 모양으로 좁혀요. 이렇게 빛의 양에 따라 눈 모양을 적절히 바꾸기 때문에 언제나 먹잇감과의 거리를 정확하게 파악하면서 사냥 성공률을 높일 수 있어요.

반대로 초식동물처럼 틈틈이 육식동물의 공격을 확인하며 피해야 할 경우는 눈 모양이 가로로 길어요. 양, 염소, 말 같은 동물이 포함되지요. 다른 눈보다 넓은 지역을 한 번에 볼 수 있답니다.

재미있게도 눈 모양이 영어 알파벳 W 형태인 동물도 있어요. 주인공은 바로 오징어입니다. 오징어의 눈은 어두운 곳에서는 거의 동그란 모양이지만, 비교적 밝은 곳에서는 W 모양으로 변해요. W 모양 눈은 눈부심을 유발하는 위쪽 빛은 막고 아래쪽 방향으로는 선명하게 볼 수 있어요. 이를 통해 먹잇감을 쉽게 포착할 수 있지요.

눈 속 '원뿔세포' 따라 색깔 다르게 보여

그렇다면 서로 다른 모양의 눈을 가진 동물들이 보는 세상은 얼마나 다른 모습일까요? 사람처럼 눈이 동그란 강아지는 세상도 인간과 똑같이 볼 수 있어요. 다만 강아지는 색을 다르게 봐요. 사람은 '원뿔세포'라고 불리는 세 가지 유형의 색 감지 세포가 있어요. 각각의 세포는 빨강, 초록, 파랑을 감지해 알록달록한 세상을 볼 수 있죠. 반면 강아지는 색을 감지하는 세포가 두 개뿐이어서 노란색과 파란색만 선명하게 구별해요. 빨간색과 초록색은 구별하지 못해 그 부분은 회색으로 보인답니다. 거꾸로 대왕조개는 물체의 형상은 전혀 알아볼 수 없지만, 주변 빛에서 빨강·파랑·초록의 세 가지 색을 구별해 가까이 있는 물체를 알아차려요. 부드러운 몸의 가장자리를 따라 자리 잡고 있는 수백 개의 작은 눈이 힘을 합쳐 발휘하는 능력이지요.

또 개와 고양이는 가까이 있는 물체를 뚜렷하게 보지만, 멀리 있는 물체는 보기 어려운 '근시'예요. 사람은 20~30m 먼 곳도 자세히 볼 수 있는 반면, 개와 고양이는 6m 이내로 가까워져야 물체가 또렷이 보이죠. 그 이유는 원뿔세포의 수가 인간의 절반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랍니다. 또 다른 근시 동물인 벌은 7~10㎝ 이내로 가까워져야 꽃이 선명하게 보이고, 그 거리를 벗어나면 벌집처럼 육각형 패턴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으로 보여요. 마치 '모자이크' 처리를 한 것과 비슷하게 보는 셈이에요.

고양이 같은 야행성 동물들이 어두운 밤에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은 눈에서 빛을 받아들이는 간상세포가 많기 때문이에요. 특히 게코도마뱀은 빛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사람보다 약 350배나 민감하기 때문에 밤에도 낮처럼 알록달록한 세상을 볼 수 있답니다.

사람이 볼 수 없는 색을 보는 동물도 있어요. 인간은 빛 중에서 파장이 400~700㎚에 해당하는 '가시광선'만 볼 수 있어요. 그런데 곤충들은 파장이 10~400㎚인 '자외선' 영역도 볼 수 있지요. 자외선을 통해 본 꽃은 우리가 보는 모습과 완전히 달라요. 꽃가루가 붙어 있는 꽃술이 더 선명하게 보이죠. 덕분에 무당벌레나 꿀벌 등은 꿀이 담긴 꽃술을 쉽게 찾아 배를 채울 수 있고, 꽃은 이들이 꽃가루를 실어 나르게 해서 씨앗을 멀리 퍼뜨릴 수 있답니다.

'게 눈' 카메라로 장애물 피하는 자율주행차

과학자들은 동물들이 보는 시야를 연구하고 있어요. 영국 서식스대 연구진이 이끈 공동 연구팀은 동물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카메라를 개발했어요. 그리고 이를 통해 모은 데이터를 활용해 일반 카메라로 찍은 사진도 동물이 보는 것처럼 바꿔주는 컴퓨터 프로그램도 만들었죠. 마치 휴대전화 카메라에 필터를 적용해서 사진의 느낌에 변화를 주는 것과 비슷하죠. 연구진은 "동물들의 의사소통을 이해해서 동물을 보호하는 데 활용하겠다"고 해요.

광주과학기술원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송영민 교수팀은 동물의 눈 구조를 모방해 촬영 능력을 높인 카메라를 만들었어요. 연구팀은 물고기, 게, 오징어의 눈에 주목했어요. 물고기와 게는 시야각이 약 160도 정도로 넓습니다. 오징어는 W 모양의 눈으로 눈부심은 막고 원하는 대상만 선명하게 볼 수 있어요. 이런 두 가지 특성을 활용한 카메라는 넓은 범위를 한 번에 찍으면서 개별 사물도 정확히 볼 수 있죠. 연구진은 새 카메라를 자율주행차에 이용하려고 해요. 낮에 운전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눈부심을 예방하고, 사방에 움직이는 장애물도 쉽게 감지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답니다.

이윤선 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장근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