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잎 앞면은 녹색 뒷면은 흰색… 경기 화성엔 500년 된 천연기념물도

입력 : 2024.03.11 03:30

개비자나무

빛바랜 겨울 낙엽 사이로 푸른 잎을 삐쭉하게 내놓은 개비자나무. 키가 3m 남짓인 작은키나무(관목)예요. /국립생물자원관
빛바랜 겨울 낙엽 사이로 푸른 잎을 삐쭉하게 내놓은 개비자나무. 키가 3m 남짓인 작은키나무(관목)예요. /국립생물자원관
밤나무와 나도밤나무 그리고 국수나무와 나도국수나무는 이름만 서로 비슷할 뿐 실제 모습은 전혀 다른 나무지요. 비자나무와 개비자나무도 그런 사례랍니다. 비자나무는 높이 25m까지 크게 자라 주목(朱木)과 함께 큰키나무(교목)로 분류해요. 반면 개비자나무는 높이 3m쯤인 작은키나무(관목)예요.

개비자나무는 서쪽으로는 인도 북부 히말라야 산맥에서부터 동쪽으로는 일본 열도에 이르기까지 넓게 분포해요. 과거에는 분포 지역이 더 넓었던 것으로 보여요. 화석 연구에 따르면, 유럽, 러시아, 북미 등에서도 총 11종이 기록됐답니다.

그렇지만 주로 모여 사는 곳은 한반도, 중국 북동부, 대만, 일본의 홋카이도, 혼슈 등 동아시아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충청 이남 또는 전남과 경남의 백두대간 자락에 분포해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개비자나무는 경기 화성에 있답니다. 이 나무는 2009년 9월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어요. 나무 높이는 4m, 줄기 둘레는 80㎝예요. 수령은 약 500년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개비자나무는 가지가 옆으로 퍼지며 자라요. 잎은 가늘고 뾰족한 침엽이에요. 길이 3~5㎝로 납작하지요. 가끔은 7㎝까지 길게 자라는 잎도 있어요. 개비자나무 잎은 잎이 부드러워서 찔려도 아프지 않아요. 잎 끝부분이 뾰족하며 뻣뻣한 비자나무와 다른 점이죠. 개비자나무 침엽의 앞면은 짙은 녹색이지만 뒷면은 흰색이랍니다. 열매는 타원형으로 8~9월경에 붉게 익는데, 약간 단맛이 나요. 어른 나무는 나무껍질이 암갈색이지만, 어린 가지는 녹색을 띠지요.

전통적으로 한방에서는 개비자나무의 씨앗을 회충 구제약이나 소화제로 이용해 왔답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개비자나무 잎에서 알칼로이드 성분을 추출해 폐암 치료제로 이용하는 노력도 있다고 해요. 이 외에 다양한 항암제로 개발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대요.

개비자나무는 배수가 좋은 그늘진 지역에서 잘 자라요. 우리나라 중부지방의 숲에서는 참나무류와 단풍나무류의 그늘 아래에서 자라는 만큼 그늘에 꽤 잘 견디죠. 어느 정도 건조에도 잘 견디며, 병충해 문제도 거의 없기에 키우기에 큰 어려움이 없답니다. 전북 등지에서는 자라는 속도는 더디지만, 바위틈에서 자랄 정도죠. 앞으로 그늘진 곳 또는 겨울 정원에 널리 심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김용식 전 천리포수목원 원장·영남대 조경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