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코가 입 가릴 만큼 크고 길어… 잠수해서 20m 헤엄

입력 : 2024.03.06 03:30

코주부원숭이

'코주부원숭이' 수컷은 길이가 최대 10㎝인 큰 코를 지녔어요. '코주부'는 코가 크다고 놀리는 말이에요. /브리태니커
'코주부원숭이' 수컷은 길이가 최대 10㎝인 큰 코를 지녔어요. '코주부'는 코가 크다고 놀리는 말이에요. /브리태니커
인도네시아가 올해부터 수도를 옮길 채비에 나섰어요. 자바섬에 있는 수도 자카르타가 조금씩 물에 잠기고 있기 때문에 1200㎞쯤 떨어진 보르네오섬의 삼림지대에 새로운 수도를 지어서 순차적으로 이전한다는 거죠. 그런데 공사가 본격화되면 세계에서 오직 보르네오섬에서만 살고 있는 코주부원숭이가 생존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요.

코주부원숭이는 생김새를 보는 순간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 대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길고 우스꽝스러운 코를 가진 원숭이랍니다. 수컷의 코는 길게는 10㎝까지 자라고, 아래로 축 늘어지다시피해 입을 가리기도 하죠. 암컷도 수컷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여느 원숭이들보다 훨씬 긴 코를 가지고 있는데 수컷과는 달리 들창코처럼 끝이 위를 향해 삐쭉한 모습이에요.

특히 수컷의 코에는 두 가지 기능이 있다고 해요. 우선 수컷이 암컷에게 자기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거죠. 사실 번식철에 수컷이 몸의 특정한 부분을 유달리 두드러지게 해 암컷을 유혹하는 습성은 코끼리물범이나 군함새 등 다른 동물들에서도 볼 수 있답니다. 그런데 코주부원숭이의 코는 여기에 '울림통'의 기능도 갖추고 있다고 과학자들은 얘기해요. 수컷이 암컷을 부르거나, 다른 경쟁자 수컷을 향해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낼 때 울음소리가 더욱 쩌렁쩌렁 울려 퍼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거죠.

코주부원숭이가 주로 살아가는 곳은 바닷가와 강의 하구를 따라 식물들이 우거져 있는 맹그로브 숲이랍니다. 이곳을 벗어나 뭍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맹그로브 숲에는 먹잇감인 나무 열매와 나뭇잎, 씨앗과 곤충 등이 풍부해요. 하지만 악어 같은 무서운 천적도 도사리고 있죠.

이런 곳에서 살아가기 위해 뛰어난 수영 솜씨를 갖추고 있어요. 원숭이 무리 중에서 가장 헤엄을 잘 치는 것으로 유명해요. 한번 물에 뛰어들면 완전 잠수 상태에서 20m는 거뜬히 헤엄칠 수 있어요. 몸도 수중 생활에 맞게 적응했어요. 앞발과 뒷발 발가락 사이에는 마치 오리나 개구리의 물갈퀴 같은 막이 있죠. 헤엄 한 번에 많은 물을 밀어내며 빠르게 수영할 수 있어요. 코주부원숭이는 폭이 넓은 강을 건너야 하는 상황이 되면 되도록 수영 거리를 짧게 잡아 체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택한답니다. 높은 나뭇가지 위에서 강을 향해 몸을 휙 던지고 네 발을 활짝 펼쳐서 최대한 멀리 이동한 다음 헤엄을 치기 시작하는 거죠.

보르네오섬에서는 팜유(식물성 기름)와 목재 등을 채취하기 위한 삼림 개간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이곳에 살고 있는 야생 동물의 생존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어요. 코주부원숭이도 삼림 파괴와 밀렵 등으로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강력한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죠.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