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암컷에게 사냥한 먹이 선물로 주고 서둘러 짝짓기도

입력 : 2024.03.05 03:30

동물의 짝짓기

/그래픽=유재일
/그래픽=유재일
만물이 소생하는 봄, 동물들의 짝짓기 계절이에요. 수컷들은 긴 꼬리, 큰 노랫소리, 밝은 몸 색깔을 활용해 암컷을 유혹할 채비를 하고, 암컷들은 수컷의 건강한 유전자를 깐깐하게 심사할 준비를 해요. 진화론을 주장한 다윈에 따르면 동물의 짝짓기는 진화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더 잘 살아남을 자손을 남기기 위해 여러 형태로 진화한 동물들의 짝짓기 모습을 살펴볼까요.

춤 솜씨·먹이로 암컷 꼬시는 파리 수컷들

동물이 짝짓기하는 목적은 공통적으로 자손을 남기는 것이지만, 그 방법은 다양하면서 특이한 것이 많아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종을 차지하는 곤충류의 수컷은 독특한 구애 행위로 암컷을 유인해요. 암컷에게 선물을 주거나 춤을 추는 거예요. 이런 구애 행위는 오늘날 곤충들이 멋진 비행 솜씨를 갖게 된 원동력이라고 해요. 1955년 초파리의 교미 과정을 연구하던 영국의 존 메이너드 스미스는 암컷이 수컷들의 춤 솜씨를 보고 생식 능력을 평가한 다음 건강한 수컷을 선택하기 때문에, 곤충들이 곡예비행 실력을 진화시켰다는 사실을 밝혀냈어요.

초파리의 친척인 춤파리 수컷들은 작은 곤충을 사냥한 후 집단으로 춤을 춰요. 이 모습을 보고 암컷들이 몰려오는데, 이때 수컷은 암컷에게 사냥한 먹이를 선물로 주고 환심을 사요. 그리고 암컷이 먹이를 먹는 동안 서둘러 짝짓기를 해버린답니다.

"성공률 높여라"… 물고기·개구리의 고민

물고기는 체외수정을 하는 동물로 유명하죠. 체내수정은 수컷의 정자가 암컷의 몸 안에서 난자와 결합하는 방식이고, 체외수정은 몸 바깥에서 암컷이 낳은 알에 정자를 뿌리는 방식이에요. 그런데 체외수정 과정에서 몸 밖으로 나온 정자와 난자는 수명이 짧아 성공률이 높지 않답니다. 그래서 체외수정을 하는 물고기들은 정자 뿌리기 수법을 다양하게 발달시켰어요.

예를 들어 초롱아귀는 짝짓기 시기가 되면 수컷이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다가 자신보다 60배까지 큰 암컷을 만나면 암컷의 배를 깨물어 상처를 낸 뒤 결합해요. 그러면 놀랍게도 왜소한 수컷이 암컷에게 착 달라붙으며 피부와 혈관까지 연결돼요. 수컷이 암컷의 일부가 되는 셈이죠. 나중엔 수컷 몸에서 더 이상 필요 없어진 눈, 지느러미, 내장이 차츰 사라지고 아가미와 정자 주머니만 남아요. 그런 상황에서 암컷이 산란할 때 호르몬으로 신호를 보내면 수컷이 정자를 공급해요. 생식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한 몸이 되도록 만들어 수정 성공률을 높이는 쪽으로 진화한 거예요. 독립성을 포기한 수컷은 암컷에게 영양분을 공급받으며 기생충처럼 살아간답니다.

양서류인 개구리도 체외수정을 해요. 겨울잠에서 깨어난 수컷 개구리는 짝짓기 시기가 되면 암컷을 유인하기 위해 큰 소리로 울어 자신을 과시해요. 개구리 수컷은 진화 과정에서 목소리가 발달한 최초의 생물로 알려졌어요. 입 아래쪽으로 열린 울음주머니에서 소리를 내죠. 암컷은 울지 못하기 때문에 울음주머니가 없어요.

번식기가 되면 연못에 개구리 수십 마리가 모여들고, 암컷 한 마리를 두고 여러 수컷이 치열한 쟁탈전을 벌여요. 암컷 개구리는 주로 굵고 낮은 소리를 내는 몸집 큰 수컷에게 끌려 그 곁으로 다가가죠. 그때 수컷이 재빠르게 암컷의 등에 올라타고 앞다리를 암컷의 겨드랑이 밑으로 집어넣어 꽉 껴안아요. 그러다가 암컷이 알을 낳으면 정액을 뿌려서 수정시켜요. 이런 개구리의 짝짓기 방식은 수컷이 암컷의 배를 압박해서 알이 잘 나오도록 돕는 행위예요. 정자와 난자가 동시에 만나 빠르게 수정되도록 몸을 포개는 방식으로 진화한 것입니다.

친밀감 높이려 짝짓기하는 돌고래

반면 파충류는 체내수정을 해요. 파충류는 짝짓기 진화 과정에서 수컷이 정자를 암컷의 몸속으로 밀어 넣는 생식기관이 처음 나타났을 것으로 추측되는 동물이에요. 이렇게 정자를 암컷의 몸속에 직접 넣어주면 적은 수의 정자로도 확실하게 수정에 성공할 수 있어요.

일반적으로 뱀은 생식기가 몸 안에 있어요. 그러나 짝짓기를 할 때면 수컷은 생식기를 몸 밖으로 빼내 활동해요. 암컷 뱀이 짝짓기 준비를 위해 허물을 벗고 나면 화학물질인 페로몬이 분비되면서 수컷을 자극해요. 수컷이 혀를 통해 페로몬을 느끼면 턱을 암컷 목덜미에 비벼대며 몸 전체를 암컷에게 밀어붙이고 짝짓기를 시작하죠. 수컷과 암컷이 얽혀 수컷이 암컷의 꼬리 밑에 있는 배설강(배설기관과 생식기관을 겸하는 구멍)으로 생식기를 넣어요. 뱀의 짝짓기는 길게는 온종일 걸릴 정도로 길어요.

해양 포유류인 고래와 돌고래도 체내수정을 해요. 고래의 생식기는 육지 포유류와는 달리 복잡하고 정교한 모양이에요. 짝짓기를 할 때 바닷물이 암컷의 자궁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구조로 생식기가 진화했다고 합니다.

특히 돌고래의 짝짓기는 매우 독특한데요, 번식기가 따로 없이 연중 짝짓기를 해요. 그래서 수컷은 생식기를 일정 수준 이상 큰 크기로 유지하면서 항상 암컷과 체내수정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둬요. 돌고래의 짝짓기는 번식만이 목적이 아니라 다른 돌고래와 친밀감을 높이기 위한 것이래요. 그래서 이성 간은 물론 동성 간에도 짝짓기 행동이 흔합니다.
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장근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