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공기뿌리로 암벽 오르는 '한국의 아이비'… 겨울에도 푸른 잎·열매 귀엽죠
입력 : 2024.03.04 03:30
송악
- ▲ 사시사철 풍성한 푸른 잎을 지닌 '송악'에 까만 열매들이 둥근 공 모양으로 뭉쳐서 매달려 있어요. /김민철 기자
송악은 두릅나무과(科)에 속하는 상록성 덩굴나무입니다. 주로 따뜻한 남해안과 제주도 등 남쪽 지방에 분포하지만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인천까지 올라와 자랍니다. 요즘은 서울에서도 그리 어렵지 않게 송악을 볼 수 있는데, 저절로 자란 것은 아니고 사람이 심은 것입니다. 인왕산 기슭 청운공원에 가면 송악이 담장을 뒤덮으며 잘 자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송악은 전북 고창 선운사 입구 절벽에서 자라는 송악입니다. 천연기념물 제367호로, 개울 건너 암벽에 줄기를 부챗살처럼 펴고 15m 정도 위로 올라간 모습이 정말 장관입니다. 그 앞에 한참 서서 이 웅장한 모습을 감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처럼 송악은 올라가는 줄기에서 공기뿌리(줄기나 가지에서 공기 중으로 나와 있는 뿌리)가 나와 다른 물체에 달라붙어 오릅니다. 물론 바위뿐 아니라 옆에 있는 나무를 타고 올라가거나 숲의 바닥을 덮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송악의 꽃은 특이하게도 다른 식물들은 생명 활동을 멈추는 10~11월에 핍니다. 황록색 꽃송이 여럿이 모여 공처럼 둥글게 피는데, 한 송이씩 자세히 보면 꽃잎이 5장입니다. 열매는 이듬해 봄에 꽃 모양 그대로 생겨 자주색을 거쳐 검은색으로 익습니다. 둥근 열매는 지름이 8~10㎜ 정도여서 귀엽습니다. 요즘이 이 열매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시기입니다.
잎은 반질반질 윤이 나고 짙은 녹색입니다. 상록수답게 겨울에도 잎이 한여름처럼 싱싱하고 기운이 넘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늘 푸른 잎을 달고 있으니 겨울에는 가지만 남는 담쟁이덩굴보다 공원이나 정원에 심기 좋아 보입니다. 잎 모양은 둥근 삼각형이 기본이지만 오래 묵은 나뭇가지에서는 타원형 잎이 달리는 등 변이가 많습니다.
송악이라는 나무 이름은 어디서 유래했을까요.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의 책 '우리 나무 이름 사전'은 "제주 방언으로 본래 '소왁낭'이라고 했는데, 그 이름이 '소왁나무'를 거쳐 송악이 됐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남부 지방에서는 소가 잎을 잘 먹는다고 소밥나무 또는 소쌀나무라고도 했답니다. 담장을 뒤덮으며 자라는 모습 때문에 북한에서는 담장나무라고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