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철학자와 뇌과학자의 '기억 사용법'… 미래에 내가 갈 길, 기억 속에 있어요

입력 : 2024.03.04 03:30

기억은 미래를 향한다

[재밌다, 이 책!] 철학자와 뇌과학자의 '기억 사용법'… 미래에 내가 갈 길, 기억 속에 있어요
한나 모니어·마르틴 게스만 지음|전대호 옮김출판사 문예출판사가격 1만6000원

철학자와 뇌과학자가 협업해 기억의 본질을 탐구한 과학서입니다. 기억이 우리의 삶과 미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기술 발전이 기억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등을 철학적·과학적으로 살펴봅니다. 한나 모니어는 루마니아 출신 뇌과학자입니다. 현재는 독일 하이델베르크 의과대학 교수이면서 독일 암연구센터에서 연구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2004년 독일 과학재단이 독일 최고 과학자에게 수여하는 '라이프니츠상'을 받기도 했어요. 또 다른 저자 마르틴 게스만은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에서 문화·기술 이론을, 오펜바흐 조형 대학교에서 미학을 가르치고 있는 철학자입니다.

앞으로는 기억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해요. 기억의 주 기능은 과거처럼 '데이터 저장'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최신 기술의 발전으로 외부에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인터넷 백과사전 등 기억 보조 장치가 등장했어요. 마치 서랍에 문서를 보관하듯 정확한 정보를 기억할 필요가 없어진 거예요. 예를 들어 내비게이션이나 온라인 지도 등 보조적인 기억 수단을 활용하면 길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도 쉽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게 됐어요.

그렇다면 기억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기억은 이미 당면 과제와 삶의 계획에 맞춰 저장된 내용을 끊임없이 새롭게 처리하고 다듬고 있다고 해요. 이런 기억의 작동 방식을 이해한다면 삶에 닥친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데 기억을 활용할 수 있어요. 길 찾기를 내비게이션에 맡기면서 얻은 여유만큼, 목적지에 도착한 다음에 우리가 무엇을 하면 좋을지 기억 속에서 통찰을 얻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거예요. 앞으로 기억은 '경로 계획'보다 '행동 계획'으로서 역할이 부각된다고 해요. '기억은 미래를 향한다'는 제목의 의미입니다.

기억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지식도 알려줘요. 수면과 꿈이 학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기억이 어떻게 고의적으로 조작될 수 있는지,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는 기억력을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기억 사용법'을 배울 수 있지요. 특히 청소년 시기에 읽으면 좋을 책이에요. 청소년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세상으로 인생의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때예요.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지요. 이 책을 읽으며 과거의 기억이 어떻게 우리가 미래를 선택하고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고, 어떻게 바람직한 미래로 나갈 수 있는지 차분히 생각하는 시간을 보내길 바랍니다.

김미향 출판 평론가·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