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전날 먹은 음식 5분 만에 분석… 거품 많으면 신장 문제

입력 : 2024.02.27 03:30

소변의 과학

/그래픽=전봉기
/그래픽=전봉기
우리 몸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세포가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물과 영양분을 섭취해야 해요. 세포에 필요한 물질을 세포 사이사이 뻗어있는 가느다란 모세혈관이 전달해 줍니다. 세포가 에너지를 만들고 난 다음에는 노폐물이 남아요. 이를 또 다른 모세혈관이 운반해서 배설물 형태로 몸 밖으로 내보냅니다. 이를 신진대사(metabolism)라고 하죠.

소변은 대표적인 배설물입니다. 신장에서 모세혈관을 통해 모인 노폐물을 걸러 방광에 모았다가 액체 형태로 내보내는 배설물이죠. 건강한 사람이라면 하루에 1~1.5L 정도 배출합니다. 참고로 한 번에 배출되는 양은 300㎖ 정도인데요. 통증을 참을 수 있다면 최대 700㎖까지도 방광에 저장할 수 있답니다.

소변색 만드는 미생물로 황달도 치료?

소변의 색깔은 물을 많이 마셨을 때는 옅은 노랑, 적게 마셨을 때는 맥주와 비슷한 황갈색입니다. 이런 색깔을 내는 것은 바로 '유로빌린(urobilin)'이라는 색소예요. 그동안 이 유로빌린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었어요. 지난달 4일 미국 메릴랜드대학 연구진이 처음으로 그 비밀을 밝혀냈습니다.

노란색 유로빌린은 적혈구가 분해될 때 생기는 부산물로만 알려져 있었어요. 적혈구는 혈액에 있는 붉은 세포로, 산소를 운반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죠. 적혈구 수명은 6개월 정도예요. 수명을 다하면 분해돼 주황색을 띠는 '빌리루빈(bilirubin)'이라는 물질로 변해요.

빌리루빈은 장을 통해 몸 밖으로 배설됩니다. 연구팀은 빌리루빈이 장을 지나갈 때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빌리루빈 환원효소'라는 물질에 주목했습니다. 이 물질은 빌리루빈을 유로빌리노겐으로 바꾸는 성질이 있었는데요, 이 유로빌리노겐이 시간이 흐르면서 노란 색소인 유로빌린으로 바뀐 거예요. 즉 소변의 노란색은 우리 몸에서 만드는 물질 때문이 아니라 장 속에 공생하는 미생물이 만들어냈던 겁니다.

연구팀은 이 미생물이 만들어낸 '빌리루빈 환원효소'가 단순히 소변 색을 노랗게 만드는 역할만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색소 관련 질병과도 관련이 있다고 보고 추가 연구를 계획 중이에요. 신생아나 염증성 장 질환 환자는 빌리루빈 환원효소가 없는 경우가 있었어요. 이들은 피부가 노래지는 질병인 황달이나 색소성 담석증을 앓는 경우가 많았는데, 빌리루빈 환원효소로 치료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가 있습니다.

'금지 식단' 먹은 환자, 소변에 다 보여요

소변에 녹아 있는 성분을 분석하면 우리 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볼 수 있어요. 소변에서 백혈구나 포도당, 케톤, 단백질, 잠혈 같은 수치를 확인하면 질병을 알아낼 수 있죠. 마약 등 약물 복용 여부도 소변 검사로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한 건 소변에는 앞서 말한 적혈구 산물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에요. 소변은 90% 이상 물로 이뤄져 있지만, 세포에서 이뤄진 여러 신진대사의 부산물도 녹아 있답니다. 우리 몸에 들어온 음식물은 흡수하기 쉬운 형태로 분해되거나 각 기관에 흡수됐다 배출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물질로 바뀝니다. 이런 결과물을 '대사산물'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먹은 음식물 중 약 3%는 대사산물이 되어 소변으로 배출된답니다.

소변 검사와 관련한 재미있는 연구가 지난 2020년 나왔습니다. 영국 런던대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팀은 소변의 대사산물을 분석하면 그 사람이 먹은 음식을 추측할 수 있다고 발표했어요. 예를 들어 육류를 먹으면 대사산물로 아세틸카르니틴이, 채소를 먹으면 메틸시스테인 서폭사이드와 시푸레이트가 만들어져 소변에 들어갑니다. 연구팀은 67가지 영양 성분이 46가지 대사산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죠. 소변으로 식단을 분석하는 데 5분밖에 안 걸린다고 하네요. 이 방법을 이용하면 식이요법이 필요한 대사 질환 환자에게 식단을 조언하기 쉬워집니다. 의료진에게 식단을 속이기도 쉽지 않을 거예요.

형광색 소변은 영양제 많이 먹어서

소변은 더럽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땀과 성분이 비슷합니다. 땀과 배출되는 경로가 다를 뿐이죠. 갓 배출한 소변은 거의 냄새도 안 납니다. 정상적인 소변에서 불쾌한 냄새가 나는 건 배설 후 시간이 흐르면서 발생한 세균 때문입니다.

만약 갓 배출한 소변에서 냄새가 심하다면 건강 상태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분 섭취가 지나치게 적으면 소변의 수분량은 적어지고 각종 단백질과 요산, 요소의 비율이 높아져 냄새가 날 수 있어요. 방광이나 요도 감염으로 인한 염증이 생겼을 수도 있고요. 달콤한 냄새는 당뇨병 같은 대사 질환을, 퀴퀴한 냄새는 간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소변에 마치 비누를 섞은 것처럼 거품이 많으면 단백질이 지나치게 많다는 의미입니다. 고기를 갑자기 많이 먹었을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증상이 반복되면 신장에 문제가 있는 것일 수도 있어요. 피가 섞인 소변은 당연히 병원에 가봐야겠지요? 운동을 심하게 했을 때는 근육세포가 파괴돼 미오글로빈이 소변에 섞여 갈색 소변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소변이 형광색이라면 전날 비타민 영양제를 많이 먹은 건 아닌지 떠올려 보세요. 우리 몸에 필요한 양 이상 비타민을 먹으면 소변으로 배출된답니다.
오가희 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장근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