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시공간 넘나들며 서로 돕는 청소년들… 이들 보며 내 안의 용기를 깨워보세요
입력 : 2024.02.26 03:30
매끄러운 세계와 그 적들
한나 렌 지음|이영미 옮김|출판사 엘리|가격 1만6000원
한나 렌 지음|이영미 옮김|출판사 엘리|가격 1만6000원
SF(Science Fiction·과학적 사실이나 가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펼치는 문학 장르)의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소설집이에요. 각 소설은 읽을 때 상상력과 논리적 사고를 동시에 요구해요. 자연스레 사고력을 향상시키고 창의성을 키워줍니다.
표제작인 '매끄러운 세계와 그 적들'은 "찌는 듯한 더위에 잠이 깨, 커튼을 열고 창밖으로 눈 풍경을 바라보았다"라는 독특한 문장으로 시작해요. 집 안은 여름인데 창밖 풍경은 겨울이라니 어떻게 된 일일까 싶지요.
이 세계에서는 누구나 도피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즉시 다른 시공간의 자신에게로 옮겨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 세계에서는 불행도, 고통도, 상처도 없지요.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고 매끄러운 일상을 누리며 살아가는 그야말로 '매끄러운 세계'인 거예요. 이 매끄러운 세계의 인간은 모두 절대적인 이상향에서 살고 있어요. 사랑받지 못하면 사랑받는 현실로 가면 됩니다. 영원한 생명을 원하면 그것을 이룬 현실로 옮겨가면 되고요.
하지만 이러한 세계가 모든 사람에게 좋은 것은 아닙니다. 이 소설집의 주인공인 하즈키는 전학 온 친구 마코토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오직 하나의 현실만을 평생 살아가야만 하는 '승각장애'가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승각'이란 세계와 세계를 번갈아가며 실시간으로 살 수 있는 '매끄러운 세계' 사람들의 능력이지요. 승각장애가 있는 마코토는 매끄러운 세계의 사람들에게 있어 하나의 가능성만으로 살아가야 하는 저차원 생물이자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이자 공포의 대상이에요. 작품 속 인물의 대사에 따르면 "무엇보다 이 세계의 적"이고요. 매끄러운 세계의 적이지만 자신의 친구이기도 한 마코토를 위해 하즈키가 어떤 행동을 할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 소설입니다.
이 외에도 이 책에는 인격 이식, 대체 역사, 신칸센 저속화 등 독특한 소재로 새로운 세계를 건설한 작가의 소설들을 다섯 편 더 만나볼 수 있어요.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쓰인 스토리들은 머릿속에서 마치 애니메이션처럼 펼쳐집니다.
소설들은 용기와 상상력을 통해 세계를 변화시키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청소년 시기는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상과의 관계를 탐구하고 이해하는 중요한 시기이지요. 소설 속 청소년들은 서로에게 손을 내밀어 도우며 함께 살아가는 의미를 깨달아 가요. 특히 씩씩한 여성 캐릭터들이 우정과 연대를 보여주는 점이 사랑스러워요. 무엇보다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을 통해 작가가 강조하는 건 현재의 자신과 이 세계를 받아들이는 법이에요. 이 책을 통해 자신 안에 잠들어 있던 용기를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