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무관심한 엄마, 다른 사람과 재혼한 아빠… 의지할 이 없어도 당당히 맞서 성장해요
입력 : 2024.02.22 03:30
온기로부터
"네 이름은 서온기. 이름은 온기지만 네 마음은 냉기~." 랩을 하는 절친 정하가 주인공 온기에게 '냉기'라는 별명을 붙여주는 장면이에요. 고등학생인 온기는 냉정하고 감정을 밖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에요. 심지어 세상이 괴롭고 귀찮다고 여기는 염세적 세계관을 지녔죠. 별명에 이유가 있네요.
온기는 엄마 때문일 거라 짐작해요. 엄마는 온기의 존재를 종종 까맣게 잊었어요. 온기가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그랬어요. 온기는 기분이 나빠 배 속에서 엄마를 찼지만, 엄마는 금세 다시 일에 빠져들었죠. 엄마의 직업은 드라마 작가예요. 온기는 아름다운 음악이나 행복한 동화 대신 '널 죽이고 나도 같이 지옥에 가겠어' 같은 험한 대사를 듣고 자랐어요. 아빠도 그리 믿음직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었어요. 아빠는 아들을 불러내 엄마에게 새 남자 친구가 생기지 않았는지 묻기도 하고, 아들에게 피자를 사주며 자기 고민을 털어놓는 철부지 같은 남자예요.
열네 살이 된 온기, 인생이 더욱 꼬이기 시작해요. 엄마는 아빠와 이혼한다고 해요. 온기에게 언제나 그랬듯 너무나도 가벼운 태도로 말이죠. 엄마와 함께 외할머니 집 근처로 이사해요. 외할머니는 엄마 못지않게 막 나가는 성격이에요. "혹 달린 여자를 누가 데려가?" 하는 외할머니의 통화를 엿듣게 되죠. 온기는 자신이 바로 그 '혹'임을 깨닫고 충격을 받아요. 결정타는 아빠의 재혼 소식이었어요. 친할머니는 아빠가 재혼한 아줌마에게 엄마라고 부르라고 하네요. 온기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려요. "남들은 하나만도 힘들어하는데 왜 나는 엄마 아빠를 둘씩이나 두고 살아야 하는데!"
온기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껴요. 그리고 그것은 대부분 자기가 어떻게 할 수도 없는 것이에요. 온기는 인기도 많고 공부도 잘하는 슬아에게 고백을 받고 여자 친구가 생겨요. 하지만 슬아의 단짝 세영과도 속 깊은 얘기를 나누면서 가까워집니다. 새로 사귄 친구 정하는 래퍼가 되겠다고 낮에는 배달 알바를 하면서 밤에는 랩을 연습하죠, 엄마는 새로 쓰는 드라마의 모델로 정하를 선택했어요. 엄마는 아들보다 아들 친구인 정하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온기의 마음을 크게 흔드는 사건이 이어지네요. 온기는 어떻게 이겨나가야 할까요?
이 소설은 온기를 둘러싼 가족과 친구들 모두의 성장을 그려요. 자라나는 온기와 함께 엄마와 아빠, 심지어 외할머니도 성장하지요. 현실에서 도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작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