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 이야기] 베버 "개신교도는 직업을 소명으로 여겨… 금욕 정신이 자본주의 출발"

입력 : 2024.02.20 03:30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독일어 초판본 표지. /위키피디아
독일어 초판본 표지. /위키피디아
즉 자본가와 기업가, 그리고 고급 숙련 노동자, 특히 기술적으로 또는 상업적으로 고도의 훈련을 받은 근대적 기업의 종업원들이 아주 현저하게 프로테스탄트적 성격을 지닌다는 것이다.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은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1864~ 1920)가 쓴 논문 두 편을 엮어 1920년 출간된 책이에요.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오늘날의 자본주의에 경종을 울려주는 고전 중 고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사회과학의 가장 위대한 지적 유산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명저(名著)이기도 합니다.

베버는 자본주의가 유럽에서 싹을 틔우고 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독교, 그중에서도 개신교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목의 '프로테스탄티즘'은 개신교 정신을 의미해요. 처음에 베버는 자본주의가 유럽에서 '가톨릭(천주교)'이 널리 퍼진 지역보다는 '프로테스탄트(개신교도)'들이 많았던 지역을 중심으로 크게 발전했다는 점을 발견했어요. 이후 개신교가 지닌 어떤 정신이 자본주의 발달에 영향을 미쳤을지 연구했어요.

베버가 보기에 개신교도들은 근면하고 성실한 생활을 통해 돈을 버는 일을 도덕적이라고 여겼어요. 개신교도들은 자신의 직업을 신이 내린 소명이라고 믿었어요. 일에서 신의 존재 의미와 가치를 드러내려고 최선을 다했죠. 반면 당시 가톨릭에서는 돈을 버는 일은 신의 뜻에 어긋나는 세속적인 일이라고 여겨 부정적으로 생각했어요. 개신교도들은 소명을 갖고 성실하게 일하며 부를 축적했고, 이렇게 번 돈을 허튼 일에 쓰지 않고 계획적으로 투자해 산업을 발전시키는 자본주의로 이어갔다는 것이 베버의 생각이에요.

베버의 주장대로라면, 자본주의는 부(富)를 추구하되 절제할 줄 알고, 더더욱 개인이나 사회가 욕망에 휘둘리지 않도록 올바른 윤리를 제공하는 사회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어요. 또 자본주의를 이루는 근간은 비합리적인 충동을 억제하며 합리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정신이에요. 그리고 그런 정신의 출발은 개신교도들의 금욕 정신이었다는 것이죠. 무제한적 영리 추구로 비판을 받고 있는 오늘날의 자본주의는 베버가 말한 본래의 가치를 잃어버렸다고 할 수 있어요. 이런 주장은 출간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적 행위의 정점이자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논쟁'과 '비판'을 전 세계 지식사회에 던져주고 있답니다.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