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톡톡 튀는 작가 10인의 상상 속 고양이… 인간과 반려 동물의 관계 따뜻이 그려

입력 : 2024.02.19 03:30

공공연한 고양이

[재밌다, 이 책!] 톡톡 튀는 작가 10인의 상상 속 고양이… 인간과 반려 동물의 관계 따뜻이 그려
최은영 외 지음|출판사 자음과모음가격 1만3000원

고양이를 테마로 한 소설 열 편 모음이에요. 작가 열 명이 각자 개성을 담아 한 편씩 쓴 소설을 모았어요. 소설마다 고양이와 인간의 관계를 다양한 방식으로 그려내요.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들지요. 짧은 소설들이라 부담 없이 쉽게 읽을 수 있어요.

작가들은 고양이에 대해 머릿속에 떠오른 각자의 가정을 바탕으로 상상력이 돋보이는 이야기들을 만들어 냈어요. '고양이가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고양이는 언젠가 고양이 별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무지개 다리를 건넌 고양이가 주인이 세상을 떠날 때 마중 나오지 않을까' 등 각양각색이지요.

특히 200년을 산 고양이에 대한 소설인 양원영 작가의 '묘령이백'은 참으로 독특해요. 로봇 공학자였던 첫 번째 주인은 너무나 고양이를 사랑한 나머지 로봇 고양이에게 자기 고양이 뇌를 이식해요. 그렇게 200년을 살게 된 고양이는 '묘령이백'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지요. 또 다른 등장인물 '차사'는 저승길을 오랫동안 거부해 온 이 고양이를 꼭 저승으로 데려가야 한다는 임무를 받았어요. 그런데 로봇 고양이의 몸에 자기 고양이의 뇌를 이식했던 고양이의 전 주인, 로봇 공학자가 바로 그 '차사'지요.

조예은 작가의 '유니버설 캣샵의 비밀' 역시 상상력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소설이에요. 어느 날 갑자기 고양이들이 사라지는 미스터리를 다루고 있지요. 알고 보니 우주 어딘가에 있는 고양이 별에서 온 고양이들이 지구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가 자신들의 별로 다시 돌아간 거였지요. 이 소설을 읽고 별똥별을 보게 된다면 더 이상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거예요.

하지만 책 속의 소설들은 단순히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 그치지 않아요. 사실은 고양이라는 존재에 빗대 인간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지요. 고양이와 함께하는 인간들의 상처와 슬픔, 예기치 않은 죽음과 이별, 고양이라는 존재가 상징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선이 담겨 있어요.

'공공연하다'는 책 제목처럼 고양이는 인기 있는 반려동물로서 사람들에게 무척 가까운 존재로 다가가고 있어요. 이 소설집은 현재 '냥집사(고양이를 시중들듯이 살뜰히 돌보며 기르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거나 예비 '냥집사'이거나 집사가 되고 싶지만 여러 사정으로 집사가 될 수 없는 독자들, 그리고 아직 고양이의 매력을 느껴보지 못한 독자들에게 특히 추천해요. 인간이 상상조차 못할 만큼 다르고 특별한 존재인 고양이와 어울리며 조금씩 거리를 좁히고 관계 맺는 모습이 추운 겨울에도 따뜻한 감동을 전할 거예요.

김미향 출판 평론가·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