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망고 안 열려도 풍성한 나무 보면서 진정으로 사랑·존중하는 법 깨달아
입력 : 2024.02.15 03:30
파라는 망고 나무를 사랑해!
파라는 망고 나무를 사랑해!
사르탁 신하 지음 | 강수진 옮김 | 출판사 찰리북 | 가격 1만5000원
사르탁 신하 지음 | 강수진 옮김 | 출판사 찰리북 | 가격 1만5000원
"파라는 망고를 사랑해요." 책을 펼치면 다짜고짜 이런 문장이 등장해요. 사랑하는 이유가 있냐고요? 책에선 그런 건 말해주지 않아요. 하기야 사랑에 무슨 이유가 필요할까요. 사랑하면 사랑하는 거죠.
할아버지네 망고 나무에는 해마다 아주아주 많은 망고가 열렸어요. 파라는 망고 나무 속에서 살고 싶을 정도로 망고를 사랑했어요. 망고로 출렁이는 바다가 있다면 거기서 수영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 파라는 매년 망고 열매를 모았어요. 그리고 언제까지나 변함없이 망고가 열릴 것이라고 파라는 믿었어요.
그런데 무슨 일일까요? 이번 여름에는 망고 열매가 단 한 개도 열리지 않았어요. "할아버지, 망고가 왜 없어요?" 할아버지는 그저 "올해는 그렇구나. 미안하다, 파라야" 하실 뿐이네요. 할아버지는 다른 일을 하느라 무척 바빴어요. 질문에 별로 귀 기울여주시지 않았어요.
파라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기로 했어요. 이모가 꽃과 풀에게 잘 자라도록 노래를 불러 주던 모습이 떠올랐어요. 파라도 망고 나무에게 노래를 불러 주었어요. 하지만 이 거대한 망고 나무는 춤도 노래도 필요하지 않은 것 같았어요. 파라는 양동이에 건강에 좋은 우유를 가득 담아 와 망고 나무에게 부어 봤어요. 하지만 망고 나무는 마치 '싫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거름을 가져와서 붓고 또 부어 봤어요. 하지만 거름에도 별 관심이 없는 듯해요. 혹시 거대한 줄기에 스카프를 매주면 좋아할까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망고 나무는 여전히 열매를 맺지 않았어요.
파라는 견딜 수가 없었어요. 더 이상 나무에 망고가 없다니 말이에요. "할아버지, 나 좀 도와줘요!" 할아버지는 다른 일을 하느라 계속 바빴어요. 파라는 마치 빨간 망고 같은 얼굴로 화를 냈어요. 원래 여름은 망고로 가득 차야 하는 거예요. 모든 것이 완전히 엉망진창이 됐어요. 바로 그때였어요. 할아버지의 커다란 손이 파라를 번쩍 안아 올렸어요. 그러고는 그네에 태웠어요. "할아버지! 그네를 만드느라 그렇게 바쁘셨던 거였어요?"
할아버지는 그네를 하늘 높이 힘껏 밀어줬어요. 그네에 탄 파라가 거대한 망고 나무의 위쪽과 안쪽 구석구석을 볼 수 있도록요. 나무 위에 사는 동물들과 인사를 나눠요. 새와 벌들과는 친구가 됐어요. 다람쥐와도 신나게 숨바꼭질을 해요. 망고 없이도 나무는 풍요로웠군요. 파라가 알고 있던 것보다 나무는 훨씬 더 많은 것을 품고 있었어요.
파라는 망고 나무를 다르게 보는 법을 찾은 거예요. 사랑하는 대상의 다른 면을 보기는 의외로 어려워요. 내가 좋아하는 면만 보게 되거든요. 아끼고 사랑하는 대상을 진정으로 존중하는 법을 깨우쳐주는 멋진 그림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