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도시 절반이 잔디·숲… 두루미 위해 전봇대도 없애
입력 : 2024.02.14 03:30
에코 폴리스(친환경 도시)
- ▲ 전남 순천의 ‘순천만 국가정원’을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 이 정원을 찾는 두루미 등 철새를 보호하기 위해 순천시는 전봇대도 모두 없앴대요. /순천시
지구 온난화로 생기는 피해는 우리 모두 겪는 문제인 만큼, 에코폴리스를 만들어 가꿔가려는 움직임도 전 지구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어요. 지구촌의 특색 있는 에코폴리스 현장으로 눈을 돌려볼까요.
도시가 자연을 품도록… 에너지는 자급자족
에코폴리스는 도시에 동물과 식물이 살아 숨 쉬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목적이에요. 도시에 공원, 숲, 하천, 논밭 등의 생태 공간을 만들어 도시와 자연 생태계가 하나로 연결되도록 하는 거죠. 또 도시를 구성하는 주택·교통·인구 등 다양한 요소가 자연환경을 고려하게끔 도시를 설계합니다.
에코폴리스는 녹지 비율이 절반 이상으로 높은 도시예요. 녹지에는 잔디만 심는 것이 아닙니다. 나무를 최대한 많이 심어 마치 숲과 같은 녹지 공간을 만들어요. 나무는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뿐만 아니라 더 많은 역할을 합니다. 나무는 스스로 생태계를 조절해 줘요. 나무 주변으로 야생동물이 다닐 수 있는 길이 생기죠. 또 떨어진 낙엽은 거름으로 쓰이며 다시 땅에 새싹을 움트게 합니다. 에코폴리스는 이런 '자연 순환형' 공간을 갖춥니다.
에코폴리스는 에너지를 절약하는 도시이기도 해요. 도시에 필요한 에너지는 태양광과 풍력 등 친환경 발전 방식을 통해 만든 신재생 에너지로 얻습니다. 도시 생활이 환경을 해치지 않도록 하려는 거죠. 또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는 도시예요. 에너지를 만들 화석 연료 등을 도시 밖에서 무리하게 구할 필요가 없어 친환경적이죠. 또 도시 내에 자전거 이용 시스템과 대중교통 시스템을 편리하게 구축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해요.
브라질 공업 도시, 강변을 개발제한구역으로
에코폴리스라는 개념은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국제연합 환경개발회의'에서 처음 나왔어요. 이후 세계 각국은 에코폴리스 조성에 온 힘을 쏟고 있죠.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에코폴리스의 사례로 꼽히는 도시는 독일 남서부에 있는 프라이부르크예요. '환경 도시의 교과서'라고도 불린답니다. 프라이부르크는 녹지 비율을 50% 이상 높여 야생동물이 도심에서도 살 수 있게 이동로를 만들었어요. 시민들은 자동차보다 자전거나 노면 전차 이용이 훨씬 편리하도록 교통 체계를 세웠어요.
프라이부르크 에너지원은 주로 태양광을 쓰며 '무공해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어요. 대부분의 건물에 태양광을 모으는 집열판을 설치했어요. 집열판 면적이 넓으면 그만큼 태양광을 더 모아 친환경 전기를 더 만들어낼 수 있어요. 그리고 시내 야트막한 언덕에는 풍력 발전기도 가동하고 있답니다.
브라질의 쿠리치바는 '거대한 생태 숲'으로 유명한 생태 도시예요. 쿠리치바는 원래 급속한 공업화로 환경오염이 심각한 도시였어요. 하지만 1970년대 초부터 확 바뀌었어요.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도시 영역이 점점 자연 공간을 빼앗는 것을 제한하고, 인기가 높은 개발하려는 강 주변을 오히려 보호구역으로 묶어 공원을 조성했어요. 이후 공원에 30년 동안 꾸준히 나무를 심어 거대한 숲을 만들었죠. 숲에 새들이 찾아오고 건강한 먹이사슬도 이뤄져 균형 잡힌 생태계가 되살아났어요.
쿠리치바는 세계 최초로 '중앙 버스 전용차로'와 '환승 시스템'을 도입한 도시이기도 해요. 대규모 도로나 지하철을 건설해서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려는 노력이었어요. 대신 '땅 위의 지하철'이라 불리는 굴절 버스(2대 이상 차량을 1대처럼 연결하여 운행하는 버스)를 운행해 더 많은 사람이 버스를 타고 다니게 했죠. 그러면서 버스가 빠르게 다닐 수 있도록 도로 한가운데에 버스 전용 차로를 설치하고, 시민들이 버스를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추가 요금을 내지 않고 환승하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죠. 쿠리치바가 이런 교통 체계를 만든 것은 환경오염을 막고 도시가 최고의 에코폴리스로 탈바꿈한 가장 큰 요인으로 꼽혀요. 쿠리치바의 버스 시스템은 한국을 비롯해 콜롬비아, 에콰도르 등 세계 여러 나라가 모델로 삼았어요.
스위스의 최대 도시 취리히는 '유엔 기후변화회의'에서 친환경 도시를 뜻하는 '그린시티'로 인정받기도 했죠. 취리히는 1987년 하천 재활성 프로그램을 만들며 에코폴리스에 도전했어요. 하천을 덮은 도로와 콘크리트를 뜯어내고 대신 그 자리에 흙과 자갈을 까는 것이었죠. 이렇게 복구한 하천에는 시간이 흐르면서 물고기들과 개구리들이 돌아왔고, 수초에는 잠자리 등의 곤충들이 알을 낳기 시작했죠. 그러면서 취리히에 있는 하천 생태계가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어요. 살아난 하천은 무려 628곳으로 하천의 총 길이는 563㎞나 된답니다.
철새 돌아오라고 물웅덩이 복원·전깃줄 제거
우리나라에서는 전남 순천이 대표적인 에코폴리스로 꼽혀요. 순천만은 한때 각종 생활하수가 흘러드는 '쓸모없는 땅'으로 인식되던 습지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약 4㎞에 이르는 갈대밭과 수많은 생물이 살아가는 갯벌로 변했어요.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를 비롯해 검은머리갈매기, 노랑부리저어새 같은 국제 희귀조류 등 200여 종의 새 2만여 마리가 찾는 '철새의 낙원'이죠.
순천만이 점차 회복된 것은 2006년 친환경 프로젝트가 시작이었어요. 먼저 순천만 갯벌을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해 환경 파괴로부터 보호하기로 했죠. 두루미 서식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2008년부터는 메마른 땅을 물웅덩이로 복원하는 작업도 했어요. 두루미를 죽이는 전깃줄을 없애려고 전봇대도 모두 제거했죠. 또 하수시설의 개선과 자전거 도로, 공원 산책로를 정비했어요. 현재 순천시는 순천만을 자연 생태공원으로 지정해 보호 관리하고 있어요.
삭막한 도시에 청정에너지가 순환되고, 동물과 식물이 서식하고, 맑은 물이 흐르는 하천과 공원 등의 휴식 공간이 조성된다면 우리 삶은 더욱 풍요로워질 거예요. 앞으로 더 다양한 친환경 정책들이 만들어져 사람도 환경도 건강한 지구촌 도시들이 탄생하길 기대합니다.
- ▲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건물 지붕에 태양광 집열판을 설치해 친환경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있어요. /프라이부르크관광청
- ▲ 수많은 자전거가 도로변에 줄줄이 주차한 프라이부르크 도심. 이 도시는 차보다 자전거를 타기 좋은 교통 시스템을 갖췄대요. /프라이부르크관광청
- ▲ 브라질의 공업 도시인 쿠리치바에서 운행하는 ‘굴절 버스’는 버스 여러 대를 하나로 묶은 것처럼 길쭉한 모양이에요. 일반 버스보다 더 많은 손님을 태울 수 있죠. /박용남 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 소장
- ▲ 스위스 취리히 시내에 나무와 수풀이 우거져 있어요. 도로에 덮여 있던 하천 628곳을 복원하자 도시 속 하천 생태계가 되살아났어요. /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