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120만년 전 화석에 이 쑤신 흔적… 고대 로마는 보석으로 장식
입력 : 2024.02.13 03:30
이쑤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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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맨 왼쪽은 16세기 유럽의 이쑤시개로, 금·진주·루비 등 귀금속이 쓰였어요. 나머지는 로마 시대인 5세기에 은으로 만든 이쑤시개. /대영박물관
그러나 식약처나 이쑤시개 제조 업체 등에서는 이런 행동을 그만둬 달라고 당부해요. 먹을 수 있는 재료로 만들었다는 것이 먹으라고 만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고, 또 식품으로서 안전성 검사 등을 받은 것이 아니라 주의해야 한다는 거죠. 이쑤시개는 식후에 양치하기 전까지 이 사이에 끼인 음식을 빼내는 도구예요. 간단해 보이는 이 도구는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을까요?
치아 사이에 끼인 음식을 빼내는 이쑤시개는 매우 오래전부터 사용됐어요. 무려 120만년 전의 호미닌(사람과에 속하는 인류와 그 조상 그룹) 화석과 10여 만년 전의 네안데르탈인 화석에서도 이쑤시개를 사용했던 흔적이 나타나요. 동물의 뼈를 작고 가늘게 갈아 이쑤시개로 사용한 것으로 추측돼요.
우리에게 익숙한 나무로 만든 이쑤시개도 꽤 오래전부터 써온 것으로 보여요. 과거에는 이쑤시개를 버드나무로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고 해요. 버드나무를 한자로 쓰면 양지(楊枝)라고 하는데, 이 양지에서 양치질이라는 단어가 유래했어요. 버드나무 가지로 이를 쑤시면 이쑤시개, 치아를 문질러 닦으면 칫솔질이 되는 거죠. 불경에도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버드나무 가지로 양치하라는 말씀을 하셨다는 기록이 나와요.
이쑤시개를 뜻하는 일본어 요지(ようじ)는 양지를 일본어로 읽은 것이에요. 아직도 할아버지나 할머니들 가운데서는 이쑤시개를 요지라고 부르는 분들이 계십니다. 서양 문화권에서도 이쑤시개를 사용했어요. 고대 로마에서는 이쑤시개를 유향목이라는 나무로 만들기도 했고, 은과 같은 귀금속을 세공한 뒤 보석 등으로 장식한 '고급 이쑤시개'도 제작했다고 해요.
이쑤시개가 대량생산품으로 등장하게 된 것은 19세기부터입니다. 당시 미국 상인 찰스 포스터는 브라질에서 처음으로 이쑤시개를 발견해요. 그는 미국에서는 생소한 물건이었던 이쑤시개를 미국에서 생산하면 돈이 될 것으로 봤어요. 보스턴으로 돌아온 포스터는 원래는 신발을 만드는 데 쓰던 '나무못' 생산 기계로 양끝이 뾰족한 나무 이쑤시개를 개발했어요.
독특하게도 미국에서는 이쑤시개가 '청렴함'의 기준으로 사용됐다고 해요. 우리나라 국회의원과 비슷한 개념인 미국 하원의원은 뇌물 문제를 막으려고 비싼 음식은 얻어먹지 못하도록 했는데요, 이때 이쑤시개로 찍어 먹을 수 있는 음식까지는 뇌물이 아니라고 보고 허용했다고 하네요.
이쑤시개는 한국의 경제 발전에도 기여했어요. 1960년대 우리나라는 경공업 수출품을 늘려 경제성장을 하려고 했는데요, 이쑤시개도 수출 품목에 들어갔던 거죠. 일본에서 수입한 나무로 한국에서 이쑤시개를 제조해 미국에 수출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이쑤시개 산업이 쇠퇴하기 시작했는데요, 이쑤시개 사용이 치아와 잇몸 건강에 좋지 않다는 치과의사들의 의견에 따라, 이쑤시개 사용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