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佛 대표 작가 보부아르의 자전적 소설… 죽음 앞둔 어머니의 지난 삶 돌아봐요
입력 : 2024.02.13 03:30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 강초롱 옮김 | 출판사 을유문화사 | 가격 1만2000원
프랑스 소설가 시몬 드 보부아르가 자신의 경험을 담아 쓴 자전적인 소설이에요. 주인공은 암에 걸린 어머니를 병상 옆에서 간호하면서 고민에 빠져요. 어머니는 욕실에서 넘어지며 뼈를 다쳐 병원에 갔는데, 검사를 하던 의사는 어머니가 암에 걸렸고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주인공에게 알려요. 주인공은 어머니에게 암에 걸렸다고 알려 드려야 하는지, 가망이 별로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의사가 권하는 대로 어머니가 수술을 받도록 해야 하는지 고민해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주인공은 고통스러워하는 어머니를 지켜볼 뿐이죠.
주인공은 이렇게 6주간 어머니 인생의 마지막 날들을 함께하면서 어머니의 삶을 되새겨 봐요. 그러면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죽음에는 이해할 수 없는 측면이 얼마나 많은지, 서로 다른 삶을 사는 인간들은 왜 갈등할 수밖에 없는지 등을 생각해요. 소설 속 주인공의 고민은 소설을 쓴 보부아르의 철학적 탐구이기도 하죠. 이처럼 주체적 존재로서의 홀로 선 인간을 탐구하는 철학을 '실존주의'라고 불러요. 이 소설은 실존주의 철학을 문학에 접목했다는 점에서 '실존주의 문학'으로 불리죠.
비로소 주인공은 그동안 어머니의 삶을 무시해 왔다는 것을 깨달아요. 주인공은 스스로 젊다고 생각하며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고자 했어요. 그런 주인공이 보기에 어머니는 규범과 금기에 억압받는 삶을 산 것 같았죠. 그런데도 어머니는 "내게는 권리가 있다"며 스스로를 지키려 했고 주인공은 짜증 내며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했어요. 죽음을 앞둔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면서 주인공은 깨달아요. 어머니는 자신의 욕망이 평생 인정받지 못했기에 겉으로는 그런 식으로 말할 수밖에 없던 거예요. 그러나 어머니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 역시 주체적 존재였죠. "지금 이 순간 인간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 이는 그 자체로 세상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주인공은 말해요.
우리는 소중한 사람이 죽고 나서야 그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독자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요. 주인공은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서 그런 유일한 존재끼리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됐어요.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각자의 삶과 가치관을 존중하며 공존하는 길은 항상 가능하다는 것도 발견하지요.
이 소설을 통해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더욱 소중히 여기며, 더욱 성숙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거예요. 보부아르의 뛰어난 문장력은 독자를 끌어당겨 내면의 깊은 곳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도와준답니다.